나영석표 '응답하라 1988 10주년'부터
'피지컬: 웰컴 투 몽골' 우정 여행기까지
장르·플랫폼 불문한 스핀오프 전성시대
"원작 인기에만 기대선 안 돼" 쓴소리도
'피지컬: 웰컴 투 몽골' 우정 여행기까지
장르·플랫폼 불문한 스핀오프 전성시대
"원작 인기에만 기대선 안 돼" 쓴소리도
19일 방영된 tvN 예능프로그램 '응답하라 1988 10주년'에서 배우 김성균과 라미란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있다. tvN 유튜브 캡처
#빨간 티셔츠를 입은 안재홍이 2층 양옥집 대문 안에 들어서자 라미란, 김성균이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번쩍 든다. 10년 만에 손을 맞잡은 아버지와 정봉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그 인사’를 재연한다.
“아이고 김 사장. 이거 정말 반갑구만 반가워요.”
성공한 원작 시리즈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파생작) 예능 프로그램이 연말연초 줄지어 안방을 두드리고 있다.
업계 불황 속 검증된 팬덤을 주 시청층으로 끌어안으려는 전략인데, 지나친 시청률 안전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나영석 표 예능이 소환한 그때 그 가족
tvN '응답하라 1988 10주년' 포스터. tvN 제공
tvN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방영 10주년을 기념한 스핀오프 예능을 19일 첫 방송
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쌍문동 가족들이 강원도로 1박 2일 MT를 떠나는 3부작 시리즈다. 1988년도에 갇혀 있다는 설정 아래 ‘응팔’ 패션으로 등장한 배우들은 변함없는 ‘가족 케미’를 과시하며 10년 전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의 향수를 자극했다. 가족별로 점심식사 용돈과 환복 기회가 걸린 게임에 도전한 결과, 극 중 복권 당첨으로 벼락부자가 됐던 정환·정봉이네가 현실에서도 가장 큰 상금을 거머쥐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방송은 전국 기준 최고 4.6% 시청률을 기록, ‘응답하라’ 시리즈의 저력을 증명했다.‘응팔 10주년’ 연출을 맡아 추억의 캐릭터를 재소환한
나영석 PD는 방송가의 스핀오프 예능 제작 바람을 주도해 온 인물
로 꼽힌다. 배우 윤여정이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설정의 ‘윤식당’을 숙박업을 배경으로 한 ‘윤스테이’로 확장하고, 윤식당 이사였던 이서진이 사장으로 승진해 분식점을 여는 ‘서진이네’로 다시 변주해 연속 흥행을 이룬 것이 대표적이다. 나영석 사단이 올해 선보인 넷플릭스 ‘케냐 간 세끼’와 12일 종영한 tvN 여행 예능 ‘콩콩팡팡(콩 심은 데 콩 나서 웃음팡 행복팡 해외탐방)’ 역시 각각 ‘신서유기’ 시리즈와 농사 예능 ‘콩콩팥팥’의 세계관에서 파생된 기획이었다.장르 불문 '스핀오프 전성시대'... "자체 완성도 높여야"
24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피지컬: 웰컴 투 몽골' 메인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최근에는 스포츠, 연애 리얼리티, 경연 프로그램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채널과 플랫폼에서 스핀오프 예능이 활발하게 제작
되는 추세다. 넷플릭스의 메가 히트 IP(지식재산)인 ‘피지컬’ 시리즈도 연말 스핀오프로 돌아온다. ‘피지컬: 아시아’ 결승전에서 한국과 맞붙었던 몽골 팀이 고향으로 한국 팀 친구들을 초대하는 우정 여행기인 ‘피지컬: 웰컴 투 몽골’
편이 오는 24일과 31일 2회씩 공개된다. SBS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들의 발라드’의 패널인 전현무, 차태현이 DJ를 맡아 시청자 사연을 전하고, 톱12 참가자가 신청곡을 불러주는 ‘무무X차차-우발라디오’
를 내달 6일 선보일 예정이다.스핀오프는 원작 종영의 아쉬움을 달래는 ‘팬서비스’로 포장되지만, 사실 콘텐츠 생존 경쟁의 산물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신규 프로그램 대비 홍보가 수월한 데다
본편의 화제성과 재미 포인트, 출연진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가성비 좋은 선택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숙한 재미가 반복되면 피로감을 주기 쉽고, 팬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도 평가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와 플랫폼 간 경쟁이 심해지고 콘텐츠가 쏟아지다 보니 너도나도 스핀오프라는 ‘안전판’을 찾게 된다”며 “대중에게 세계관을 각인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원작의 인기가 늘 흥행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면서 “스핀오프도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자세로 자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