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중에 김병기 원내대표가 웃고 있다. 한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일 국민의힘·개혁신당이 주장하는 통일교 특검 도입을 전격 수용했다. 여론조사상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특검에 찬성하는 비율이 압도적인 민심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까지 이어질 특검 수사가 여당보다 야당에 불리할 것이란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의 여야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할 특검 도입에 대해 “못 받을 것도 없다”며 “국민의힘 연루자 모두를 포함시켜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통일교 특검에 대해 “절대 수용 불가하고 검토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던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여야 정치인 누구도 예외 없이 모두 포함해 특검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인내를 회피로 착각한 것 같다”며 “헌법 위배와 정교 유착 의혹, 불법 정치자금 로비, 영향력 행사까지 모두 특검 대상에 포함해 철저히 밝혀보자”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좋다. 특검을 수용한다니까 만나서 (협의를) 진행하자”며 일단 환영했다. 다만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지금 권력을 쥐고 있어 사실상 야당을 탄압하는 특검만 한다고 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당이 통일교 특검을 수용한 이유를 묻는 말이 나왔지만 원내지도부가 자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자 별다른 반발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전재수 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수사 중이지만 금품 수수, 정교유착 의혹 등은 실체가 없다는 것이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통일교 특검을 도입하면 국민의힘이 2차 종합특검을 반대할 명분을 약화시켜 내란 청산 이슈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갈 수도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과 통일교가 관련 있다는 의혹을 야권이 집중 제기하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자신감의 발로”라며 “어차피 저쪽(야권)도 관련된 의원들이 나왔으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밝혀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통일교 문제가 심각한 사람들은 국민의힘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정면 돌파를 결정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일교 특검 찬성 여론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2%가 통일교 특검에 찬성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 특검에 찬성하는 응답(67%)이 국민의힘 지지자(60%)보다 높았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특검은 민심을 수용한다는 측면이 강하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대통령 말씀에 따라 대통령실과 지속해서 공유하고 조율했다”고 말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통일교 특검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