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당분간 한남동 관저서 출퇴근
2017년 5월10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펄럭이는 봉황기와 태극기.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한다. 윤석열 정부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지 3년7개월 만의 청와대 복귀다. 다만 청와대 관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이 대통령은 당분간 한남동 관저에서 생활하며 청와대로 출퇴근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29일 자정을 기해 용산 대통령실에서 봉황이 그려진 깃발(봉황기)을 내리고, 청와대에 봉황기를 게양했다고 28일 밝혔다. 봉황기는 국가수반을 상징하는 깃발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곳에 상시 게양된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도 ‘청와대’로 바뀌고, 업무 표장(로고) 역시 과거 청와대가 들어간 표장으로 되돌아갔다.
이번 복귀 과정에서 ‘일하는 청와대’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이전과 달리 대통령 집무 공간이 미국 백악관 구조를 본떠 대통령과 참모들이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7일 유튜브 방송 ‘정준희의 토요토론’에 출연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가 봤더니 정말 대통령하고 지근거리에 참모들이 붙어 있더라”며 “백악관 시스템과 비슷하게 대통령이 3층에 계시고, 2층에 3실장(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정책실장)이 있고 1층에 수석들이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와 외빈 접견 등이 이뤄지는 본관과 비서관실과 수석실이 분산 배치된 여민관 1~3동, 대통령 관저 등으로 구성되는데, 본관과 여민관이 기능을 분담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공간 배치 계획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번 이전 작업으로 지난 9일부터 용산-청와대로 이중화됐던 경호 체계도 이날 청와대 중심으로 일원화됐다. 황인권 대통령경호처장은 청와대 복귀를 이틀 앞둔 지난 27일 오후 직접 청와대 전 구역을 도보로 걸으며 마지막 경호·보안 점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처장은 청와대 본관을 중심으로 오른쪽 아래쪽에 있는 춘추관 기자실까지 직접 걸으며 건물 내부와 주변 경로의 취약 지점 등을 점검했다고 한다. 반면 대통령실이 있던 용산 국방부 청사는 봉황기가 내려간 시점에 맞춰 국방부의 평시 경비 태세로 전환됐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3월까지는 용산에서 출퇴근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남동에서 종로구 청와대로 출퇴근하려면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야 해, 시민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남산을 우회하는 경로 등 여러 출근 동선이 검토되고 있으나, 대부분 출근길 정체 구간이 포함돼 있어 경호 당국의 고민이 깊다.
앞서 경호처는 출퇴근 시 차량 통제 구간을 최소화하고, 대규모 차량 행렬 운행 중 좌·우회 차량 통행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관저 입주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시민 불편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