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여파 우려하면서도
김 원내대표 거취 압박은 자제 기류
"대표 견제 심리·동업자 의식 작용"
'칩거' 김병기, 30일 입장 밝힐 예정
김 원내대표 거취 압박은 자제 기류
"대표 견제 심리·동업자 의식 작용"
'칩거' 김병기, 30일 입장 밝힐 예정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비위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들은 △대한항공으로부터 고가 숙박권 수수 △지역구 병원에 가족 진료 특혜 요구 △국정원에 재직 중인 아들 업무를 보좌진에게 대리 지시 의혹에 더해 27일엔 △김 원내대표가 아들의 예비군 훈련 연기 신청을 보좌진에게 떠넘겼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김 원내대표 측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국민의힘뿐 아니라 범여권인 조국혁신당과 진보당까지 원내대표직 사퇴를 압박했다.사태를 바라보는 민주당 속내는 복잡하다.
의원들 사이에선 김 원내대표 논란이 조속히 정리되지 않으면 민주당 지지도와 대통령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 그러나
사태 여파를 우려스럽게 주시하면서도 공개적인 거취 압박은 자제하는 분위기
다.
김병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의원들이 직접 뽑은 원내대표... 거취 본인이 판단해야"
28일 민주당 취재를 종합하면 당 안팎에선 김 원내대표 논란이
'보좌진 갑질' 성격이 적지 않다는 측면에서 같은 당 강선우 의원을 떠올린다.
강 의원은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으나 보좌진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폭로가 잇따라 나오며 지명 약 한 달 만에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강 의원은 애초 정면돌파를 택했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쓴소리에 의지를 꺾었다. 그러나
이번엔 쓴소리를 하는 의원을 찾기 어렵다
. 대통령이 지명하는 장관 후보자와 달리 원내대표는 의원·당원들이 뽑은 선출직이란 특수성 때문
에 그때처럼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의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중진 의원은 28일 "강 의원 논란 때는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의 명분을 만들어 주는 차원에서 의원들이 목소리를 냈지만, 선출직인 원내대표 거취는 온전히 본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원내사령탑을 힘으로 밀어내는 모양새가 되는 건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김병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청래 대표 뒤를 지나가고 있다. 민경석 기자
"친명 원내대표 사퇴, 친청계 힘만 키울라" 견제 심리
의원들 침묵엔 정청래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
도 깔렸다. 친명(친이재명) 성향인 김 원내대표가 그간 정 대표와 힘의 균형을 맞춰왔는데, 김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친청(친정청례)계로 당 주도권이 급격히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이런 기류는 특히 정 대표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원내대표 논란에 "당대표로서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이면서도 장경태 의원 성추행 의혹 질의에 답변을 거부
하면서 강해지는 모양새다. 정 대표가 당대표 선거를 도왔던 장 의원은 감싸기로 일관하면서 김 원내대표는 밀어내려고 한다는 게 친명계 의심이다.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김 원내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당원들의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며 "김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정 대표의 자기정치를 막기 어려워진다고 보고 친명 당원들이 결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 등과 한 호텔 식당에서 오찬에 참석한 것이 논란이 됐으며 이날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뉴스1
"보좌진들 폭로에 살아남을 의원 없어"... '동업자 의식'도
이른바 '동업자 의식'이 발동한 결과란 평가도 나온다. 피감기관이나 보좌진에 의해 국회의원이 정치적 치명상을 입는 상황이 마뜩잖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국감 기간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녀 결혼식 축의금을 받아 도마에 올랐던 최민희 의원과 관련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장 의원에 대해선 외려 옹호하는 모습을 보여 '2차 가해'라는 비난을 샀다. 수도권의 한 다선 의원은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아는 보좌진이 작심하고 의원 사생활을 폭로하기 시작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이라며 "일단은 원내대표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으니 믿고 지켜보는 게 맞다고 본다
"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 없이 칩거했다. 그는 30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현재로선 원내대표직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과 당원들께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낮은 자세로 원내대표직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