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중국 핵 생산시설 위성사진 분석…"핵탄두 생산역량 향상"
"中, 군사간행물서 '경보 즉시 발사' 강조…공격징후 탐지시 즉시 공격 준비"
"中, 군사간행물서 '경보 즉시 발사' 강조…공격징후 탐지시 즉시 공격 준비"
중국 전승 80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인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JL-3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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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중국이 2030년까지 1천기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이 핵탄두 생산시설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보도했다.
이는 핵 군비 경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중국이 전면적인 군비 경쟁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스트리아의 비영리 안보 싱크탱크 '오픈 핵 네트워크(ONN)'와 영국 검증조사훈련정보센터(VERTIC)의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핑퉁 인근의 산악 지대에 있는 핵탄두 관련 생산 단지는 지난 5년간 대대적인 증설 공사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위성사진을 보면 새 보안벽이 설치되면서 단지 내 보안 구역 면적이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핵탄두 내부에 장착하는 '핏'(pit) 생산 추정 시설 인근을 포함해 최소 10곳에서 건물 개보수와 신축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핑퉁 단지는 중국의 '플루토늄 핏' 생산과 연계된 시설 가운데 공개적으로 확인된 유일한 곳이다.
중국이 제작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는 핵분열 물질인 플루토늄을 '핏'으로 불리는 구형 형태로 가공하고 이를 재래식 고폭약으로 감싸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고폭약이 폭발하면 핵분열 물질의 중심부가 강하게 압축되며 연쇄 반응이 촉발되고 그 결과 핵폭발을 통해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는 방식이다.
핵탄두의 핏과 고폭약 구성 물질의 생산은 여러 시설로 분산돼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보도했다.
쓰촨성 쯔퉁 지역의 외딴곳에 위치한 또 다른 시설도 2019년 이후 크게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핏'을 기폭하는 데 필요한 고폭약 구성 물질을 생산하는 핵심 거점으로 추정된다.
쯔퉁 단지에서는 2021년 무렵부터 건설 중인 대규모 보안벽과 새로운 저장 구역으로 추정되는 시설이 확인됐다. 또 추가 시설 조성을 위해 2023년 무렵부터 신규 부지 정비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공사는 폭발 시험을 위해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시설들 인근에 집중돼 있었다. 폭발 시험용 시설에는 돔 형태의 고폭약 시험실, 신형 핵탄두 설계를 실험하기 위한 길이 약 2천피트(약 610m)의 튜브형 시험관이 포함돼 있다.
이 단지에는 지난해 약 4만㎡ 규모의 시설도 완공됐는데, 이는 핵탄두 구성 요소를 조립·준비하는 데 사용돼 이후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운송돼 저장되거나 최종 조립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뤄부포호 핵실험장에서도 최근 몇 년간 새로운 지하 터널과 대형 수직 갱도가 조성된 것으로 파악돼 핵실험 재개를 준비하는 움직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핵무기 전문가 레니 바비아즈는 "우리가 확인한 모든 변화는 이들 지역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며 "이를 종합하면 중국의 핵 프로그램을 위한 핵탄두 생산 역량이 향상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핵탄두 보유량(약 3천700개 추정)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면서도 이 같은 핵 시설 확장으로 미뤄 중국이 전면적인 군비 경쟁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최근 군사 간행물들에서 '경보 즉시 발사' 체계를 핵·재래식 분쟁 전반에 걸쳐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중국은 접근 중인 미사일을 탐지할 충분한 숫자의 조기 경보 위성과 레이더를 보유하고 있으며, 광섬유 케이블과 무선, 위성 등을 통해 명령을 신속히 전파할 지휘 체계를 구축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수 분 내에 발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이 상대측 공격 징후가 탐지되는 즉시 예방적 핵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핵 여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전쟁부)도 최근 공개한 '2025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군사 역량 현대화를 꾸준히 추진하면서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2024년에 600기 초반에 머물렀지만, 2030년까지 1천기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 국방부는 또 중국이 적의 미사일 공격을 조기에 탐지해 미사일이 중국에 도달하기 전에 반격하는 역량을 확보하려고 한다면서 3곳의 사일로(지하 격납고) 기지에 고체연료 방식의 DF-31 ICBM을 100기 이상 장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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