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관련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그의 거취를 압박하는 당내 기류 또한 심상치 않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원내대표뿐 아니라 의원직 사퇴까지 들고나오고 있다”며 “이렇든 저렇든 본인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중진도 “주요 개혁 입법과 예산안까지 다 처리했으니 1기 집권 여당의 주요 임무를 어느 정도 수행한 것”이라며 “개인적 문제는 직을 내려놓고 대응해나가겠다고 하는 게 출구”라고 말했다. 앞서 “저 같으면 처신에 대해 굉장히 깊게 고민했을 것”(박주민 의원), “본인이 어떻게 처신했는가 반성 계기 돼야”(박지원 의원) 등 공개적인 비판 발언에 이어 거취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속속 나오는 셈이다.
김 원내대표 관련 논란은 그가 국회 국토교통위원이던 2024년 대한항공에서 제공한 160만원 상당의 KAL호텔 숙박권을 무상으로 이용했다는 보도가 지난 22일 나오며 본격화됐다. 이후 ▶김 원내대표 부인·며느리·손주의 공항 의전 특혜 ▶2022년 보좌진에 아들 예비군 동원 훈련 연기 지시 ▶보좌진에 국정원 근무 중인 아들 지원 지시 의혹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차남 취업 청탁 대가로 경쟁사 업비트(두나무)의 문제점을 국회에서 지적 의혹 등이 연일 쏟아지며 “중대한 권한 남용이자 이해충돌”(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란 비판이 거세졌다. 김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전직 보좌진들 단체 대화방 내용을 공개했지만, 오히려 김 원내대표의 배우자가 단톡방 계정을 몰래 도용한 거 아니냐는 반발만 더 커졌다.
여기에 정청래 대표의 ‘대리 사과’는 '안티 김병기' 기류에 기름을 부었다. 정 대표는 지난 26일 취임 뒤 첫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라는 자리는 실로 막중한 자리”라며 “본인도 고심이 클 것이고 저도 이 사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지켜본다. 당 대표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같은 정 대표의 태도는 앞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강선우·최민희 의원 때 “동지란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이라며 옹호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큰 것이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 측은 28일 자진 사퇴론을 일축했다. 복수의 원내 관계자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주변에 “사퇴하지 말라는 지지자와 의원들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며 “더 낮은 자세로 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김 원내대표가 대통령실과 소통 안 되는 사람이 아닌데 거취에 대해 물밑 조율이 없었겠느냐”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정 대표를 부담스러워하는 청와대로선 그나마 싱크로율이 높은 김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게 썩 내키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당규상 김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행을 맡게 되는데, 문 수석은 이달초 당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인사 청탁을 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결국 김 원내대표가 30일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 의혹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던 지난 22∼24일 NBS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59%·41%로 직전 조사 대비 3%p씩 동반 하락했다.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 사퇴시 조기 원내대표 선거가 열릴 수 있다며 벌써 후보군도 거론된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 때 출마 여부를 고심했던 조승래 사무총장(3선), 1인1표제와 관련해 정 대표와 각을 세웠던 이언주 최고위원 등의 이름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