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4일 일본 나라현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법륭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 외교 일정을 마무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정기국회 개회 초인 오는 23일 중의원(하원)을 해산할 의향을 집권 자민당 지도부에 전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14일 복수의 정부·당 관계자를 인용해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저녁 총리 관저에서 스즈키 슌이치 자민당 간사장,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 등 양당 간부들과 만나 이같은 의향을 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이날 회담을 계기로 자민당은 공식적으로 선거 준비에 돌입하고, 고바야시 히로유키 당 정무조사회장을 중심으로 공약 수립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대외적으로 중의원 해산을 공식 표명하는 건 오는 17일 이후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오는 15~17일 방일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등 일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17일은 한신·아와지 대지진 발생 31주년 추도 행사가 진행되는 날이기도 하다.
당 안팎에서는 ‘1월27일 선거 공고·2월8일 투표’ 혹은 ‘2월3일 공고·15일 투표’라는 두 가지 구체안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정권 내에서는 새해 초 예산안 통과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2월8일 투·개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강하다”고 전했다.
오는 23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내달 8일 총선을 치를 경우 그 사이 기간은 16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시된 의회 해산과 총선 사이 기간 중 가장 짧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짚었다.
자민당은 벌써부터 선거 준비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된 상태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 지도부와 총리 측근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전날 당본부에서 각 선거구별 정세를 분석했다. 당은 광역지방자치단체 격인 각 도도부현 연맹에 오는 19일까지 공천 후보자를 신청하라는 문서를 보냈다.
다카이치 총리의 중의원 해산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자민당의 중의원 의석은 199석으로 유신회 의석(34석)을 더해 전체 435석 중 가까스로 과반(233석)이다. 양당 연립합의서엔 외국인 토지 취득 규제 강화, 구성의 통칭 사용 등 보수색 짙은 정책이 많아 여야간 극한 대립 가능성이 크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시하는 적극재정, 안보 정책도 야당과 갈등 요인이다.
당초 자민당 내에선 다카이치 총리의 중의원 해산 시점으로 예산안 통과 이후인 오는 4월 이후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70% 안팎으로 고공행진 중인 내각 지지율을 고려해 발빠르게 중의원 해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의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일관계가 급속히 악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이중 용도’ 물자의 대일 수출 규제 등 경제 압박을 강화함에 따라 대내 경제 상황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빠르게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야당은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전날 연설에서 “경제 대책을 확실히 실행하겠다던 총리가 정치 공백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정권과 최근 정책 협력 기조를 보여 온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도 불만을 드러냈다. 다무라 도모코 일본공산당 위원장은 정기국회 첫날인 23일 중의원 해산시 총리가 새해 국정방침을 밝히는 시정방침 연설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해 “당리당략 해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