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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결심공판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결심공판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9시20분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 417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구형날이었다. 구형량을 담은 논고문은 박억수 특검보가 읽기로 했다. 조은석 특검은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자리를 지켰다. 내란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뿐이다. 사실상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 중에 정해야한다.

그러나 결심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박 특검보는 조은석 특검에게서 어떤 형량을 구형할지 지시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논고문도 사형과 무기징역형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왔다. 박 특검보가 검사석에 앉았다. 문자가 왔다는 휴대전화 신호가 왔다. “윤석열 사형.” 조 특검의 문자였다.

내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법정 필리버스터’로 한 차례 늦춰진 결심 구형이 지난 13일 마침내 끝났다.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3일 417호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원래 특검팀 수사진 사이에서는 무기징역 구형의견이 더 많았다. 그러나 특검팀은 13일 사형을 최종구형했다. 8일부터 닷새간에 있었던 긴박한 일의 전말을 중앙일보가 재구성했다.



특검 회의선 사형 4명, 무기징역 10명


8일 특검 사무실에선 특검보와 검사들을 포함한 지휘부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구형량에 대해 차례로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조 특검을 제외하고 참석자 14명은 사형 4명, 무기징역 10명으로 갈렸다. 1996년 사형이 구형된 전두환 전 대통령과 비교해 민간인 사망자가 없고, 사형 역시 집행되지 않기 때문에 무기징역형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억수 내란 특검보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박억수 내란 특검보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회의에서 조 특검은 침묵했다. 그는 자택으로 홀로 돌아온 뒤 밤 사이 고민에 빠졌다. 이튿날 재판이 시작되자 ‘사형 구형’ 결심을 박 특검보에게 알렸다.

다만 9일에는 특검측이 구형을 못했다. 변호인측의 지연 전략 때문이었다. 새로 결심 기일을 잡고 나흘간의 여유가 생기자 특검팀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논고문을 가다듬었다.



“전두환보다 단죄” 논고문, 마지막까지 손봐

논고문은 A4 25매 분량이었다. 특검팀 여러 구성원이 만든 합작품이었다. 역사 경험에 비춰볼 때 민주주의가 극단적인 정치 세력에 의해 파괴될 수 있고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 등의 희생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는 부분은 논고문을 낭독한 박억수 특검보가 집필했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지난해 12월 15일 특검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조은석 특별검사가 지난해 12월 15일 특검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논고문 서두에 국가의 안전과 국민 생존,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를 ‘반국가활동’으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 제 1조를 인용한 건 조 특검 아이디어다. 이를 통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반국가세력”을 거론했던 윤 전 대통령 스스로의 행태가 “반국가활동 성격을 갖는다”고 규정할 수 있었다. 헌법 제 66조, 69조를 인용해 대통령이 취임 시 국민 앞에 ‘헌법 준수’를 선서한다는 점도 조 특검이 추가했다.

민간인 사망자가 없었어도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취가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었다”며 범행의 중대성을 강조하는데도 조 특검이 공을 들였다고 한다. ‘헌정질서 파괴 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내란·외환죄를 공소시효 적용에서 배제한 건 “내란 범행에 대한 엄정한 책임 추궁”을 위한 것이란 점도 조 특검이 포함했다.

재판 중에도 수시로 표현을 다듬었다. 9일 재판 도중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이 휴대폰으로 외부에 12·3 계엄에 대해 알렸다면 “계엄 실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표현을 조 특검이 추가했다. 윤 전 대통령 엄벌을 촉구하는 “비극적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두환·노태우 세력에 대한 단죄보다 더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문구는 구형 직전인 13일 오후에 표현이 강화됐다. 본래는 전두환·노태우 세력에 준해 처벌해야 한다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초유의 ‘재판 지연’, 김용현 구형 강해질뻔

조 특검은 사형 제도가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고 있음에도 사형을 구형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데 가장 고민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형사사법상 사형은 집행해 사형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범죄 대응 의지와 그에 대한 신뢰를 구현하는 것으로 기능하는 것이다”라는 부분은 조 특검이 직접 집필했다고 한다. 전직 검찰총장인 윤 전 대통령이 수사, 재판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해 사법 체계의 권위를 떨어뜨린 점을 거론해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감형할 사유가 없고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 법정형 중 최저형(무기징역형)으로 형을 정함은 마땅하지 않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 구형량에 관해선 지난 9~13일 사이에 특별한 추가적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선 무기징역형 대신 사형을 구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전해진다. 특검팀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최종적으로는 무기징역형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달 19일 오후 3시에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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