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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담당님, 저희 회사 상무로 일해 주십시오. " 2020년, 삼성화재에서 ‘담당’ 직급인 내게 한 자회사가 임원 자리를 제안했다. 내 직급인 담당은 부장과 상무 사이, 그러니까 일반직 중에선 가장 높지만 아직 임원 발령은 받지 못한 자리였다.

임원은 ‘직장인의 꽃’이라 불리는 자리이니, 50대 초반에 이런 제안 받는 것만으로도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제의를 해온 곳은 자회사이긴 해도 삼성그룹 내 계열사라 대우도 좋았다. 나쁠 것 없는 이 제안에 나는 한참을 고민한 뒤 이렇게 답했다.
박경식 작가가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박경식 작가가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죄송하지만 안 되겠습니다. 저는 지금 회사에서 정년을 마저 채우고 싶습니다. "
내 거절에 회사도 당황한 눈치였다. 당시 내 솔직한 속내는 이랬다.

" 제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는 은퇴 후에 더 이상 일하지 않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거였어요. 그런데 당시 자산은 집 한 채에 퇴직금, 그리고 시골에 사둔 조그만 땅이 전부였어요. 자산이 어중간하니 정년까지 근로소득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회사 임원을 하다 재계약이 불발되면 조기퇴직을 해야 하잖아요. 전 그냥 ‘가늘고 길게’ 정년까지 가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
하지만 인생이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이 제안을 거절한 뒤, 나는 결국 다른 자회사의 준법감시인으로 발령을 받았다. 도장만 찍어주면 되는 한직이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면 정년을 채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편한 자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22년, 54세가 된 나는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회사에선 “정년 채우겠다며 임원 자리도 거절한 사람이 왜 희망퇴직을 하느냐?”고 의아해했다. 그리고 2023년 1월 1일부로 완전한 은퇴자가 된 나는 ‘지구여행가 박경식’으로 새로 태어났다. 은퇴 3년이 채 안 됐는데 20개월을 해외에서 보내며 버킷리스트를 원 없이 이뤄가고 있다.
박경식씨는 아내와 동남아 국가를 여행할 때는 교통 수단으로 오토바이를 주로 이용한다. 박경식 제공
박경식씨는 아내와 동남아 국가를 여행할 때는 교통 수단으로 오토바이를 주로 이용한다. 박경식 제공

“스쿠버다이빙, 오토바이 배우시라” 조언에 무릎 탁 은퇴 후 나는 아내와 함께 제주도 석 달 살이를 시작으로 동남아 7개 도시에서 한 달씩 살며 7개월을 보냈다. 조지아·아르메니아, 이집트, 튀르키예에서도 한 달 살이를 했다. 평생의 꿈이었던 여행자로 변신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특히 여행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엔 그저 ‘일상탈출’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현지 문화를 만끽하며 영혼을 충만하게 하는 여행법을 터득해 가고 있다. 지난해 아르메니아 세반호수를 여행하다 우연히 만난 32세 한국 청년 덕분이다.

" 먼 곳에서 한국 청년을 우연히 만나니 정말 반갑더라고요. 제가 점심을 샀죠. 이 청년이 맥주까지 한 잔 마시더니 제게 ‘선생님, 은퇴자로서 이런 식으로 여행하시는 게 좀 낭비 같습니다’ 이래요. 뭔 소린가 했더니 ‘스쿠버다이빙, 그리고 오토바이를 배우세요’라고 하는 겁니다. 그때 제가 무릎을 탁 쳤어요. " 은퇴 후 스쿠버다이빙을 배운 박경식씨가 바닷속을 유영하고 있다. 박경식 제공
은퇴 후 스쿠버다이빙을 배운 박경식씨가 바닷속을 유영하고 있다. 박경식 제공

생각해 보시라. 지구의 70%가 바다다. 세계를 보겠다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정작 바닷속은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건 얼마나 낭비인가. 물속의 신비한 세계를 단 한 번도 탐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제야 자각한 거다.

또 세계 곳곳엔 자동차로 접근할 수 없는 멋진 곳이 정말 많다. 오토바이를 타야 길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름도 모르는 청년의 조언 한마디가 나의 여행을 새로운 차원으로 인도해 준 것이다. 그 여행을 끝내고 당장 스쿠버다이빙과 오토바이를 배웠다.

" 그리고 나서 베트남 하장루프로 떠났어요. 3박4일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산길을 달리는 라이더들의 성지거든요. 그곳을 여행하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아, 이게 충만함이구나’라는 감동이 밀려왔어요. 그리고 동남아 여행할 때 늘 아내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곳곳을 누빕니다. 아내도 이런 여행을 너무나 즐기더라고요. " 박경식 작가는 은퇴 후 오토바이 면허를 딴 뒤 해외 여행의 지평이 넓어졌다고 말한다. 박경식 제공
박경식 작가는 은퇴 후 오토바이 면허를 딴 뒤 해외 여행의 지평이 넓어졌다고 말한다. 박경식 제공

스쿠버다이빙은 필리핀 보홀에서 배웠다. 다이버가 물속에 한 번 들어가는 걸 ‘로그’라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30로그 정도 경험한 초짜다. 물 위에 떠 있다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데 그 찰나의 순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동한다는 건 언제나 짜릿한 경험이다.

얼마 전엔 필리핀 시아르가오에서 서핑도 배웠다. 파도 위에 서서 물살을 가르니 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조지아에선 예쁜 레스토랑에 들어가 스테이크에 와인 한 잔을 시켜놓고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여행은 제게 ‘지금껏 네가 알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야’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제가 할 일은 그저 제 고정관념을 부수는 것뿐입니다. 제가 옳다고 믿었던 걸 내려놓고 여행이 열어주는 새로운 길에 들어서기만 하면 삶에 충만함과 기쁨을 넘쳐납니다. " 필리핀 시아르가오에서 서핑을 배우고 있는 박경식씨. 사진은 드론으로 촬영됐다. 박경식 제공
필리핀 시아르가오에서 서핑을 배우고 있는 박경식씨. 사진은 드론으로 촬영됐다. 박경식 제공

(계속)

여기서 질문 하나, 박경식씨는 대체 무슨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걸까?
임원 자리도 거절할 만큼 ‘가늘고 긴’ 근로 소득이 절실했던 그가 겁 없이 희망퇴직 후 해외여행을 다니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퇴직 2년 전 깨달은 새로운 자산운용법 덕분에, 퇴직 후 지난 3년 간 단 하루도 일하지 않고 여행 다니며 생활비 펑펑 쓸 수 있었다. 같은 기간 그의 계좌 잔고는 8억원에서 12억원으로 4억원 이상 늘어났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는 박경식씨의 ‘화수분’같은 자산 운용법을 아래 링크에서 모두 공개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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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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