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천안·울산 등 민원에 산타버스 중단
시민들 "소소한 즐거움이었는데" 아쉬움
내부 장식, 안전사고 우려 목소리도 나와
"안전망 신뢰가 문화 포용으로 이어질 것"
시민들 "소소한 즐거움이었는데" 아쉬움
내부 장식, 안전사고 우려 목소리도 나와
"안전망 신뢰가 문화 포용으로 이어질 것"
부산 대진여객 주형민 버스 기사가 운행하던 산타버스. 인스타그램 캡처
부산 '산타버스'가 9년 만에 운행을 중단했다. 부산 대진여객 소속 187번 버스 기사 주형민(52)씨는 2016년부터 매년 12월마다 버스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고 부산 도심을 달렸다. 잠시나마 작은 웃음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자비를 들여 시작한 주씨의 산타버스는 겨울철 부산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솜과 비닐 등 가연성 재료로 제작된 장식물과 전기 조명이 화재 위험이 있다는 민원이 최근 접수되면서 운행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부산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11일 산타버스 운행 4개 노선의 내부 장식물을 모두 철거했다.
부산 산타버스 운행 중단 소식을 알린 주형민씨. 주씨 SNS 캡처
크리스마스 시즌 전국의 산타버스가 민원 세례에 사라지고 있다. 버스 내부의 불필요한 장식이 승객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버스 장식을 철거하고 있다. 다만 안전한 범위 내에서 장식해 운행하는 사례들도 있다.
충남 천안과 울산 중구에서도 올해 산타버스를 볼 수 없게 됐다. 2021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천안 산타버스 기사' 최영형(61)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원으로 부득이 산타버스 운행을 중단하게 됐다"며 "이달 13일 버스 크리스마스 장식과 액세서리를 모두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3일부터 25일까지 운행 일정도 공지했지만 타지역에 산타버스 민원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중구청과 버스회사 등이 함께 운영하던 '울산 산타버스' 역시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서 전구 등 장식물을 모두 철거했다.
천안 산타버스를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지글. 천안 산타버스 SNS 캡처
해당 지방자치단체들도 산타버스 운행을 두고 고민이 깊다. 산타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호응도 있지만 안전 우려 민원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내부 장식물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겠지만 불법이라 딱 잘라 단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팍팍한 일상 속에 작은 즐거움을 전해주는 산타버스 운행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산타버스를 운행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산타버스를 운행했던 부산 대진여객 측은 민원의 소지가 없도록 버스 외부에 루돌프와 산타, 눈사람 등의 이미지를 넣은 산타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 민원으로 산타버스 운행을 접어야 했던 주 기사도 "매년 산타버스를 기다리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버스를 보여줄 수 있어 너무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경기 안산시도 최근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산타버스 운행 중단 요구에 대해 "산타버스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운수업체가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서비스로 현재까지 별도 안전사고는 없었다"며 "안전에 우려가 되는 요소를 사전에 조정하는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강원 정선군은 2026년 1월 31일까지 겨울맞이 산타 와와버스를 운영한다. 정선=연합뉴스
대구 북구의 우주교통 역시 올해 산타버스를 정상 운영한다. 2012년부터 산타버스를 운행한 회사 측은 24, 25일 '성탄절 산타와 함께하는 시내버스' 행사를 진행한다. 기사들이 산타 복장으로 버스를 운행하고, 중앙로와 약령시 일대 정류장 등 4곳에서 시민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행사도 진행한다. 대구의 한 시민은 "산타버스를 탈 때마다 복권에 당첨된 듯 기분이 좋아진다"며 "안전하게 버스를 운행한다면 시민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 정선군도 내년 1월까지 버스에 크리스마스 테마 디자인을 래핑하고, 내부 장식물도 설치해 '산타 와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안전사고가 빈발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면서 민원도 많이 제기된 것 같다"며 "사회안전망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산타버스와 같은 일상에서의 문화적 포용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