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3일 오전 경기 양주시 효순미선평화공원에서 열린 고(故) 신효순·심미선 양 22주기 추모행사에서 가수 하림씨가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경제]
통일부가 가수 하림(본명 최현우)씨를 청소년 관련 행사에 섭외했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서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취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림씨는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계엄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이 시점에 며칠 앞으로 다가 온 국가기관 주최 행사에서 갑작스럽게 섭외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이유는 지난해에 광장에서 노래를 했다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남북 청소년 관련 행사라 낮은 개런티(출연료)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기로 하고 이미 포스터까지 나온 일에 이런 식의 결정을 한 것은 또 다른 블랙리스트 같은 오해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위에서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함께 공연한 동료들 역시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하진 않을까 걱정되어 글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이후 하림씨는 14일 SNS에 재차 글을 올려 “한때 실재했다고 알려진 블랙리스트가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저는 알 수 없다”며 “이번 일도 결국은 어느 한 중간관리자의 눈치 보기에서 비롯된 일이 아닐까 싶다. 저는 이것을 조직적인 탄압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두려움의 구조로 이해한다”고 했다.
이어 “이 일도 처음엔 기록으로만 남기려 했다. 하지만 함께 노래했던 동료와 후배들도 저와 같은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이 이야기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싸움이 되지 않도록, 상처 주지 않도록, 그러나 침묵하지 않기 위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음악이 전부인 친구들 누구도 낙엽처럼 정치적 이슈에 쓸려 다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동을 기록한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음악이 더 안전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회를 전했다.
하림씨는 이 국가기관과 행사가 어떤 것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이는 통일부가 ‘북한인권 공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달 28일 개최 예정인 ‘남북 청년 토크콘서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일자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이에 대해 “실무진이 기획사와 행사안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출연자(하림씨)가 지난해 말 대통령 퇴진 집회의 주요 공연자라는 걸 알게 됐다”며 “행사 예정 시기가 대선 기간이라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섭외를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부처 차원에서 배제 방침이나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하림씨는 지난해 12월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문화제’ 무대에서 공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