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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제조기업, AX로 성장엔진 다시 켠다
정부 “2030년 도입률 10%로”…생산성·인력난·산업재해 해결
일자리 축소 등 ‘AX 역습’ 대비해야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해 온 ‘제조업 패러다임’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제조업은 중국의 매서운 추격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산업의 모세혈관이자 공급망의 뿌리인 중소 제조 현장은 인력난과 원가 상승, 생산성 정체라는 ‘3중고’에 신음하며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 생존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는 ‘AX(AI 대전환)’뿐이다.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낡은 공장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다시 돌릴 최후의 보루다. 조선비즈는 절벽 끝에 선 중소 제조기업들이 왜 AX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지, 그리고 대한민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신(新)성장 지도’를 집중 조망한다. [편집자주]

국내 제조 중소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 인력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국내 제조 중소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 인력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경남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 A사. 과거 이곳에선 숙련공 2명이 눈을 부릅뜨고 제품 결함을 찾아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최근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는 부품을 인공지능(AI) 카메라가 0.1초 만에 스캔한다. AI 도입 후 검사 정확도는 80% 치솟았고 속도는 66% 빨라졌다. 검사 인력은 더 부가가치가 높은 공정으로 재배치됐다.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 급증한 200억원을 기록했다.

충남의 한 식품 제조기업 B사는 생산과 포장 공정에 자동화·원격제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생산성과 품질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수작업에 의존하던 현장은 체계적인 설비 운영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4년 만에 매출이 34% 증가했다. 안정적인 품질을 앞세운 이 중소기업의 식품은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으로 수출되며 전 세계 K푸드 열풍을 이끌고 있다. B사 대표는 “디지털전환(DX)으로 기반을 다졌다면, 이제는 로봇과 AI를 결합한 AX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못 태우면 도태”… 제조 중기 ‘AX’ 사활
한국 경제의 뿌리인 중소 제조기업들이 ‘AX(AI 대전환)’라는 생존 게임에 돌입했다. 제조업은 국내 부가가치의 28%를 창출하고 513만 개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경제의 버팀목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사면초가다. 중국의 저가 공세,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 생산성 저하라는 ‘퍼펙트 스톰’이 덮쳤다.

이제 ‘디지털 전환(DX)’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 전산화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AX’만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장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 제조기업의 45.7%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AI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경영진 고령화도 중소 제조기업 AX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고령의 CEO일수록 새로운 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다. 2세 경영인이 경영에 참여한 제조 중소기업이 AI를 생산성 향상과 생존 전략으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앞서가는 사이, 중소기업은 ‘AI 양극화’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일각에선 대기업과 일부 선도 기업만 성장하고 다수 중소기업은 침체하는 한국 경제의 ‘K자형 성장’ 우려도 제기된다.

부친으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아 7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한 제조 중소기업 CEO는 “아버지가 현장에서 쌓아온 끈기와 노력의 DNA를 기반으로 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제2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설비 투자에 신중했다면, 이제는 AI와 데이터 기반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제조 혁신 3.0’ 승부수… “5년 내 전문기업 500개 육성”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0월 24일 제5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AI 기반 스마트제조혁신 3.0 전략’을 발표했다. /뉴스1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0월 24일 제5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AI 기반 스마트제조혁신 3.0 전략’을 발표했다. /뉴스1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존 ICT 보급 중심의 ‘제조 혁신 1.0·2.0’을 넘어선 ‘AI 기반 스마트제조혁신 3.0 전략’을 수립했다. 핵심은 2030년까지 AI 도입 기업 1만 2000개사를 육성해 현재 1% 수준인 AI 도입률을 1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특히 중기부는 제조 현장에 AI 설루션을 공급할 전문 기업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AI 설루션 공급 기업을 육성해 AX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중소 제조기업의 AI 대전환은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라며 “5년 내 제조 AI 전문기업 500개사를 육성해 이들이 중소기업 현장에 직접 AI 설루션을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산업재해를 20% 줄여 ‘일터의 질’까지 개선하겠다는 포석이다.

‘AX 역습’ 대비한 사회적 안전망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속도’만큼이나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 여건상 전 공정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불량 검사나 설비 이상 감지 등 효과가 즉각 나타나는 핵심 공정부터 공략하는 ‘단계적 AX’가 현실적이다.

정지오 서울대 AI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 제조기업이 모든 공정을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반복적인 공정부터 선별해 AX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며 “AI 설루션 전문가가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기업이 실제로 개선을 원하는 공정을 CEO와 충분히 논의한 뒤 선택적으로 AX를 추진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상생 협력’도 필수다. 중소기업 홀로 AX를 추진하기에는 자본, 기술, 데이터 모두 부족하다. 대기업이 AX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력 중소기업의 현장 혁신까지 함께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정부 주도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기업이 참여하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협력 모델을 AX 확산 관점에서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AI 도입이 가져올 ‘그늘’에 대한 경고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진병채 한국중소기업학회장(카이스트 교수)은 “AX 시대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인력 감축 등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며 “재교육과 직종 전환을 지원하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병행돼야 진정한 제조 혁신이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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