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결정문 염두 ‘헌법적 수단’ 검토 주장…사실 여부 확인 안돼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나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직접 신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내란 재판 결심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가 ‘경고용’, ‘호소용’이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비상계엄 선포 전 야당 해산 절차를 밟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쪽 배보윤 변호사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가 연 내란 피고인 8명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서류증거(서증) 조사 도중,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민주당의 2025년도 예산안 삭감과 탄핵 남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망 해킹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은 국정책임자로서 국민투표 부의, 위헌정당 해산 제소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한 끝에 헌정 질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가장 작은 ‘메시지 계엄’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쪽에서 비상계엄 선포 전 다른 조처들을 검토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쪽의 이런 언급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문을 다분히 의식한 주장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해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며 “국회의 반대로 인하여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실현할 수 없으며, 선거제도나 관리에 허점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면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거나,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이거나, 정부를 통해 법률안을 제출하는 등, 권력구조나 제도 개선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야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하여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데 이르렀다고 판단하였더라도, 정부의 비판자로서 야당의 존립과 활동을 특별히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제정자의 규범적 의지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헌법재판소에 정당의 해산을 제소할 것인지를 검토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사유로 댄 △부정선거 의혹 △거대 야당의 전횡 등에 대해 다른 헌법적 수단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었다고 짚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쪽은 이런 점을 감안해 내란 재판에선 헌재가 언급한 선택지도 고려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 야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등을 검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설사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검토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메시지 계엄’이라는 주장 자체가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요건(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 맞지 않는다. 헌재 역시 “비상계엄의 선포는 그 본질상 경고에 그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이 단순히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