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회담 때처럼 태극기에 또 목례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나라=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제 고향에 정말 잘 오셨습니다.”(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이렇게 격을 깨 환영해주시니, 저희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와주셔서 기쁩니다.”(다카이치 총리)
“일본 국민도 그렇겠지만 대한민국 국민들도 총리님의 이런 모습에 정말로 감사할 겁니다.”(이 대통령)
13일 오후 이 대통령 부부가 탄 차가 일본 나라현의 숙소 앞에 도착했다. 숙소 정문 앞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활짝 웃으며 서 있었다. 애초 호텔 쪽이 이 대통령을 영접하기로 돼 있었으나,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호텔 앞으로 와서 이 대통령 부부를 맞은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파격적인 영접에, 이 대통령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감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김혜경 여사에게도 “티브이에서 봤는데, 역시나 아름다우시다”며 칭찬을 건넸고, 김 여사는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회담장에서도 두 정상은 활짝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에 앞서 태극기와 일장기를 배경으로 이 대통령과 악수한 뒤, 자리에 돌아가기 전 태극기와 일장기를 향해 짧게 각각 목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도 태극기와 일장기를 향해 목례한 바 있다. 그가 강경 보수 성향의 ‘반한파’로 알려졌던 터라, 의외의 행동으로 여겨져 화제를 모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의 한 호텔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나라/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이 대통령을 예우한 듯 파란색 정장 상의를 입었고, 이 대통령은 남색 양복에 자주색 넥타이를 맸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주색 넥타이에 대해 “일본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청와대를 상징하는 파란색이 섞인 색으로, 양국의 조화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경주에서 첫 한·일 정상회담을 할 때도 파란색 정장 상의를 착용했다.
한국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일본 지방 도시를 찾은 것은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1년 12월 교토를 방문해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었다. 일본 총리가 외국 정상을 자신의 고향에서 맞는 것은 흔치 않은 일로, 매우 정성을 들인 예우에 해당한다. 2016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러시아와의 쿠릴 영토 분쟁에 대해 대화하기 위해 상대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으로 초청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이 대통령의 나라 방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아닌 이 대통령의 제안에 의해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경주 회담 때 다카이치 총리에게 “다음번엔 나라에서 만나자”고 제안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수락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의 나라 방문 제안에 매우 기뻐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의 제안 당시 “‘나라'라는 말이 한국어로 국가를 뜻한다는 것을 나라 현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대 일본의 중심지였던 나라는 한반도와 교류가 활발했던 곳으로, 지명 역시 한국어 ‘나라’에서 왔다는 설이 있는데, 이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회담을 위해 전날 미리 나라현으로 이동했고, 교통 통제 등 경호에도 상당한 신경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엔에이치케이(NHK) 등 일본 언론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을 위한 ‘오모테나시’(일본 특유의 환대)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중·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일본이 한국과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과 만찬을 한 뒤, 14일 함께 백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사찰 호류지(법륭사)를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