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왼쪽)이 2024년 8월20일 국회 행안위 세관이 연루된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발언대에 나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파견돼 ‘세관 마약수사 은폐 의혹’을 수사해온 백해룡 경정이 경찰 복귀를 하루 앞둔 13일 수사 기록을 공개하며 “검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백 경정은 이날 97쪽 분량의 ‘수사사항 경과보고’ 문서를 언론에 배포했다. 문서의 수신자는 ‘국민’으로 적었다. 수사 자료 공개 배경과 함께 관련 수사 기록이 담겼다. 첫 문장은 “백해룡 팀은 지난 3개월간 오욕의 시간을 견뎠다”였다. 그는 “시스템은 정상인데 문제는 권력기관의 개입”이라며 검찰과 관세청이 사건을 축소·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윤석열 정부 시절 제기된 ‘세관 직원 마약 밀수 연루 의혹’과 관련해 수사 외압을 주장하며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파견됐다. 그러나 검찰과 갈등을 겪었다. 지난해 12월9일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이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주요 의혹들을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 내자 그는 반발했다. 이후 오는 14일 원 소속인 서울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빈손 복귀’라고 평가했다.
백 경정은 이 보고 문서에 2023년 100㎏이 넘는 필로폰을 국내로 반입한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의 입국 내역과 범죄 일람표,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제시했다. 그는 마약 운반책들이 몸에 필로폰 3~4㎏씩을 부착한 채 반복 입국했고, 출입국정보시스템(APIS)과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상 자동 검출이 가능한 구조였음에도 다수가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일부만 검거됐고 공범 다수는 입·출국을 반복했다고 했다.
화물 밀수 의혹도 제기했다. 백 경정은 나무 도마 속에 필로폰을 숨겨 특송화물로 반입된 사례를 언급하면서 “100개 이상 대량 반입 시 자동 검사 대상으로 지정되는 시스템이 있어 놓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엑스레이 검사와 마약 탐지견이 상주하는 상황에서 통과된 것은 “조직적인 은폐 또는 방치”라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국민 앞에 전체 수사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며 이미 확정판결이 난 사건들의 수사 기록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파견 과정에서 사전 협의 없는 인사 명령이 이뤄졌고, 초기 한 달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사용 권한이 제한돼 수사 착수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팀원의 이탈·충원 반복으로 인력 운용이 불안정했고, 약 5000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확보했지만 압수수색 영장 신청은 법원 접수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고도 했다.
다만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했어도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난 게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을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면서 “본건 수사 기록에는 백 경정 본인의 추측과 의견 외에 피의사실을 객관적으로 소명할 자료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파견 기간 연장 의사가 없음을 검찰에 통보했고, 경찰청과 행정안전부에 사건 기록 관리와 수사 지속을 위한 별도의 물리적 공간 마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복귀 이후에도 별도 팀을 구성해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백 경정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지만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은 조만간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