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저서에서 조세 정의를 강조하며 고소득자 탈세에 강한 추징 의지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제기된 강남 아파트 증여세 미납 의혹 등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아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자신이 쓴 책 <우리가 정치를 왜하는데요!>에서 “탈세를 하고도 호화 생활을 하는 사람에 대해 국세청이나 지방정부가 아무 대책도 없이 뒷짐 지고 있지 않도록 징세 행정의 허점을 서로 메꿔주는 ‘종합적 탈세방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후보자는 또 “고액의 세금을 체납하고 호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세상, 그래서 성실히 세금 내는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정의로운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 바로 이것이 ‘이혜훈이 정치하는 이유’”라고 썼다.
이 후보자는 “탈세를 근절하는 일은 단순히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더 근본적으로 조세정의의 문제”라며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한 것처럼 세금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금을 거둬들이는 세정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공정해야 한다”며 “세금이 공정하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조세저항이 일어나고, 조세저항이 납세 거부로 이어지면 국가 질서가 교란되고 국가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정부는 손쉽게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는 유리 지갑 월급 생활자들의 세 부담을 늘리기 전에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 고소득 탈세자들에 대한 강력한 추징 의지부터 보여줘야 한다”고 적었다.
이 후보자는 현재 거주 중인 시세 90억원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분양권 지분을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았지만 이에 대한 증여세 납부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후보자가 증여받은 만큼의 아파트 구입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는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 후보자는 “내야 할 모든 세금을 완납했다”며 “청문회에서 자세히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 의원은 “자신이 정치하는 이유라며 비판했던 고액의 세금을 체납하고 호화 생활을 하는 자가 바로 이 후보자 자신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내로남불의 끝판왕인 이 후보자는 증여세 등 세금 탈루 의혹에 대해 소상히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