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에 지원한 뒤 내 입사 서류는 어떻게 될까?', ' 떨어지면 서류는 파기되는 걸까?'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입사 서류에는 이름과 전화번호·주소·학력·자격 사항 등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많은데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난 쿠팡은 그동안 채용 지원자들의 서류와 정보들을 어떻게 관리해 왔을까요.
KBS는 쿠팡의 내부 이메일을 통해 이들이 채용 지원자들의 입사 서류 관리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쿠팡, 2020년 당시 모든 탈락자 서류 보관 정황
KBS가 쿠팡 내부 이메일을 확보해 살펴봤더니, 쿠팡은 2020년 11월까지 모든 탈락자의 입사 서류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쿠팡 인사·노무 준법 담당 부서(HR Compliance) 직원 A 씨는 2020년 11월 12일 " 채용절차법에 대한 고용노동부 점검(11/20 예정) 대비 회의 결과 공유"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내부 구성원 10여 명과 김앤장 변호사(인사·노무 파트) 1명에게 발송했습니다.
이 메일 수신자에는 헤럴드 로저스 현 쿠팡 대표(당시 쿠팡 경영관리 총괄 수석부사장)가 포함됐습니다.
A 씨는 이메일에서 "오늘(11월 12일 목요일) 저녁에 채용절차법에 대한 고용노동부 점검 대비를 위해 ○○님, ○○님, ○○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앤장, 법무팀과 함께 회의를 가졌다"며 "이 중 몇 가지 의사결정이 필요한 중요한 사항이 있어 이에 대해 간단히 보고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중요한 사항 가운데는 'Greenhouse에 보관 중인 잠실오피스 채용 탈락자의 입사 서류 및 생성 정보 보관 문제' 가 포함됐습니다.
| 나. 이슈 (1) 현재 Greenhouse에는 모든 채용 탈락자의 입사 서류가 보관돼 있으나, 이들 채용탈락자들에게 그 서류 보관에 대하여 개별적 동의는 받지 않은 상태임 (다만, 회사가 2년간 보관할 수 있다는 고지 문구만 채용 홈페이지에 기재돼 있음) 따라서 법적 제약조건에 따르면 현재 Greenhouse에 보관된 채용 탈락자의 입사 서류는 즉시 파기하여야 함. |
당시 쿠팡은 모든 채용 탈락자의 입사 서류를 개별 동의 없이 보관하고 있었던 겁니다.
노동부의 채용절차법 점검을 앞두고 쿠팡은 점검 과정에서 이 문제를 발견한 걸로 보입니다.
| 가. 법적 제약조건 (1) 채용절차법에 의하면 채용 탈락자의 입사 서류는 그 탈락자의 개별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채용 탈락 결정 후 지체 없이 파기하도록 규정돼 있음. (2) 반면, 남녀고평법에 의하면 채용 탈락자에 대한 생성 정보 (예: 면접 과정 중 면접관에 의해 생성된 면접 스코어카드)는, 성별에 의한 채용 상 차별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검증하기 위한 자료로 3년간 보관하도록 규정돼 있음 |
채용절차법을 어긴 건 확인이 됐는데, 그렇다고 모든 서류를 파기하려니 이번엔 남녀고용평등법이 문제. 채용상 차별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면접 스코어카드는 3년을 보관해야 한다는 겁니다.
쿠팡은 의사결정 가능 대안으로 ' 합리적 목적을 위한 최근 탈락자 (예: 2개월 이내) 서류만을 보관·3년 이내 탈락자 서류만을 보관' 등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점검 이후로 면접 스코어카드만 남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자고도 합니다.
| (1) 향후 채용 탈락자 서류의 보관 - 입사 지원자의 개별 동의를 모두 받아서 2년간 채용 탈락자의 입사 서류를 합법적으로 보관 (2) 과거 채용 탈락자 서류의 파기 및 남녀고평법상 생성 서류 보관 의무 준수 - 과거 채용 탈락자의 정보 중 채용팀 업무상 필수적인 정보를 생성 서류(3년간 보관 의무 있음)에 남겨두어 채용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여야 함 - 한편, Greenhouse에서 채용 탈락자의 지원 서류를 파기하더라도, 그 탈락자의 생성 서류(면접 스코어카드)는 남길 수 있도록 Greenhouse 운영팀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함 |
■노동부 점검 이틀 앞두고 입사 지원서 삭제
이후 쿠팡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위 메일 발송일로부터 이틀이 지난 2020년 11월 14일, A 씨는 " 채용절차법 점검 대비 Action item 공유"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내부 구성원 10여 명과 김앤장 변호사(인사·노무 파트) 2명에게 발송했습니다.
action item이란 지금 당장 해야 할 조치를 뜻합니다.
이메일은 '11월 13일 자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 정리'라는 제목 아래 1번 항목으로 'Greenhouse / Eightfold에 보관 중인 잠실오피스 지원자 입사 서류 및 회사 생성 정보'를 넣었습니다.
그 내용으로는 합격자의 서류(정보)는 보관, 불합격자의 경우 인터뷰도 안 하고 불합격한 지원자는 1년 이내인 서류는 보관, 인터뷰 후 불합격한 지원자는 1년 초과 3년 이내인 서류는 회사 생성 정보(스코어카드)만 남기고 삭제, 1년 이내인 입사 서류 및 회사 생성 정보(스코어카드)는 보관이 확인됩니다.
불합격자의 경우에도 1년 이내인 서류는 보관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이어 쿠팡은 정식으로 개인정보 동의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이메일에 담았습니다.
이후 노동부 점검을 이틀 앞둔 2020년 11월 18일, 이메일에는 담당자들의 처리 내용이 쓰였습니다.
담당자는 'Greenhouse에 저장된 총 32만 건의 지원서 중 약 11만 건을 정리(삭제) 완료, 나머지 데이터는 내일까지 정리 예정 채용에 사용되던 재입사 여부(Yes/No) 데이터는 삭제 완료' 등의 내용을 회신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당시 채용절차법 점검 결과 쿠팡은 지원자들에게 이력서 반환 의무가 없다는 것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을 뿐 탈락자 입사 서류 보관과 관련해 별다른 조치는 받지 않았습니다.
해당 내용들에 대해 쿠팡은 "해임된 임원이 불만을 가지고 왜곡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금은 문제없나…면접 영상 '4년' 보관
쿠팡은 약 5년 2개월 전, 입사 지원자들의 채용 서류 보관 문제를 두고 이 같은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보관 기간을 조정하고, 개인정보 동의 절차도 신설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쿠팡의 채용 과정은 어떨까요.
쿠팡 홈페이지
쿠팡은 홈페이지에서 입사 지원자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지하고 있습니다.
방침에는 '쿠팡은 관계 법령에 따른 개인정보 보유 기간 및 지원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고지하고 동의받은 기간 내에서 개인정보를 처리·보유합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수집하는 항목과 목적, 보관기간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름, 연락처, 이메일, 국적, 학력 사항, 경력 사항, 자격 사항, (특별전형 채용일 경우에 한해) 국가유공자 여부, 친인척 정보(이름, 관계, 팀명), 지원 내역 등의 정보는 필수적으로 수집하고, 채용 결과 통지일로부터 6개월 보관 후 파기한다고 공지하고 있습니다.
5년 전엔 1년을 보관하기로 했던 것에서 6개월로 줄어든 거죠.
보관 목적은 지원자 본인 확인 및 자격 확인, 배경 및 평판 조회, 입사 지원, 지원 내역 및 합격 여부 확인, 지원자 의사소통, 채용 관련 요청 및 문의 처리, 불공정 채용 방지 등입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건 선택 사항 부분입니다. 쿠팡은 지원 시 면접 과정의 녹화 영상 및 음성 전사 기록을 선택사항으로 4년간 보관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목적은 면접 과정 녹화, 면접 음성 전사 및 기록, 면접 결과 요약, 면접 과정 및 평가 결과 검증, 채용 절차 개선, 다른 채용 공고에 대한 지원자 적합성 확인, 과거 면접 기록 확인 등입니다.
지원자의 동의를 받았으니 법적 최소 요건은 갖췄습니다. 하지만 보관 목적이 적절하고 구체적인지, 보관기간이 보관 목적에 맞는지 등은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는 문제인데요.
전 개인정보 보호법학회장인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아무리 선택 사항이라고 해도, 동의 과정에서 피면접자의 자발성이 어느 정도로 보장되느냐에 따라서 위법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면접 영상은 채용 과정에서 민감한 정보로 분류되는 신체적 조건 등이 포함되는 정보이기 때문에, 목적과 기간의 적정성에 관해서도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선택 동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탈락자는 근로계약 등의 계약 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삭제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드러난 쿠팡의 부실한 보안 실태와 사고 이후 쿠팡이 보여줬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생각한다면 우려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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