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어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귀. /뉴스1
불교 설화 속 아귀(餓鬼)는 탐욕으로 아귀도에 떨어진 귀신이다. 배는 태산만 한데 목구멍은 바늘귀 같아 늘 갈증과 허기에 허덕인다.
바다에도 이름을 빌려온 물고기가 산다. 몸뚱어리의 절반이 입인 아귀다. 날카로운 이빨로 한 번 문 먹잇감은 절대 놓지 않는 바다의 포식자다. 생김새만 봐도 ‘괜히 아귀가 아니다’라는 이빨은 날카롭고 강해서 한번 문 먹잇감은 죽지 않고는 놓지 않는다고 한다. 괜히 아귀가 아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부터 아귀는 ‘물텀벙’이라고 불리는 천덕꾸러기다. 상품성이 없고 손질까지 까다로워 그물에 걸리면 어부들이 재수 없다며 바다로 ‘텀벙’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다 건너 대접은 딴판이었다. 일본에선 아귀 간을 ‘바다의 푸아그라’라 부르며 귀하게 여겼고, 서양에선 쫄깃한 식감 덕에 ‘서민의 랍스터’로 통했다.
덕장에서 건조 중인 아귀. 마산 지역에서는 아귀찜을 할 때 건아귀를 쓰는 게 특징이다. /뉴스1ㄹ
국내에서 아귀가 신분 상승을 한 것은 1960년대 마산항에서부터다. 먹거살기 팍팍하던 시절, 값싼 아귀에 콩나물을 듬뿍 얹어 양을 불리고 매콤한 양념을 버무린 ‘마산 아귀찜’이 등장했다. 이 요리법은 항로를 따라 동쪽으로 부산, 서쪽으론 목포와 군산까지 번져나갔다. 표준어인 ‘아귀’보다 방언인 ‘아구’가 더 입에 감기는 것은 이 투박한 항구 도시들의 정서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겨울 아귀는 ‘떠먹는 보습제’라 불릴 만큼 영양이 깊다.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많이 잡힌다. 가장 맛있는 시기는 12월부터 2월로 친다.
고단백·저지방인 데다 껍질엔 콜라겐이 가득해 겨울철 푸석해진 피부에 그만이다.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기력 회복과 간 기능 강화에도 효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생식(生食)은 금물이다. 고래회충 등 기생충 위험이 있어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한때 버려지던 물텀벙이 이제는 고물가 시대 서민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겨울철 별미가 됐다.
매콤한 겨울철 별미 아귀찜. /조선DB
☞아귀찜 레시피
① 아귀는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한 뒤 깨끗이 씻어 핏물을 뺀다.
② 끓는 물에 청주를 약간 넣고 아귀를 살짝 데쳐 비린내를 잡는다.
③ 프라이팬 바닥에 콩나물을 깔고, 그 위에 아귀와 미더덕을 올린다.
④ 고춧가루·간장·다진 마늘·설탕을 섞은 양념장을 고루 뿌린 뒤 약 15분간 끓인다.
⑤ 전분물을 넣어 농도를 맞춘 뒤 미나리를 넣고 한 번 더 익혀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