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보수화된 형법 개정안 시행
친고죄로 관광객 적용 가능성은 낮아
친고죄로 관광객 적용 가능성은 낮아
지난 2023년 인도네시아 아체특별자치주 반다아체에서 한 여성이 혼외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공개 태형을 받고 있다. 반다아체=EPA 연합뉴스
인도네시아가 혼외 성관계와 혼전 동거를 범죄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새해부터 전면 시행했다. 식민지 시절 법 체계를 청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2022년 제정된 인도네시아 형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공식 시행됐다. 개정 형법은 혼전 동거 적발 시 최대 징역 6개월, 혼외 성관계의 경우 최대 징역 1년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해당 조항은 배우자나 부모, 자녀 등 가족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가능한 친고죄로 분류됐다.
국가와 대통령에 대한 모욕 행위도 범죄로 규정됐다. 현직 대통령이나 국가기관을 모욕하면 최대 징역 3년형의 처벌을 받게 되고, 공산주의 등 국가 이념에 반하는 사상을 유포하면 최대 징역 4년에 처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형법 개정을 통해 이슬람 율법에 한층 다가갔다고 평가한다. 2022년 당시 현지 의회는 법에 남아있던 네덜란드 식민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도 내세웠다. 개정을 주도한 밤방 우르얀토 의원은 “기존 형법은 네덜란드 유산으로, 오늘날 인도네시아 사회와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혼외 성관계 처벌 등의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카르타=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개정안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할 것이라는 우려는 제정 당시부터 제기됐다. 당시 유엔 등 국제기구와 미국 정부는 해당 법이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가 문화와 사회적 규범을 반영한 입법”이라고 반박해왔다.
이번에도 수프라트만 안디 아그타스 인도네시아 법무장관은 1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는 다른 나라와는 다른, 인도네시아만의 법률 체계”라며 개정 형법을 옹호했다. 법의 오남용 가능성을 두고는 “중요한 건 대중 통제이고 새로운 것은 무엇이든 당장 완벽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혼외 성관계나 혼전 동거 처벌 조항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면서 관광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친고죄 적용으로 외국인 관광객은 사실상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개정 형법은 신성모독 관련 조항을 유지·확대하고 사형제도는 존치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한 6개 종교 외에 다른 종교를 가질 경우 징역 5년 형에 처하는 조항도 유지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교와 힌두교, 개신교, 가톨릭, 불교, 유교 등 6개 종교만 인정하며 모든 시민은 이 가운데 하나를 가져야 한다. 이는 과거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논란이 컸던 동성애 처벌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