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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10년간 조직적 담합
누적 과징금만 1400억 원 돌파

[서울경제]

아파트와 오피스텔 신축 현장의 필수 요소인 빌트인과 시스템 가구 시장에서 10년 넘게 이어져 온 고질적인 입찰 담합 관행이 적발됐다. 에넥스, 한샘 등 국내 주요 가구 제조·판매업체 48곳이 번갈아 가며 낙찰 예정자를 정하고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를 서는 방식으로 담합을 한 것으로 드러나 과징금 250억원대를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이후 67개 건설사가 발주한 총 333건의 빌트인·시스템 가구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합의한 48개 가구 제조·판매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50억 원을 부과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한샘·에넥스·현대리바트 등 국내 가구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업체들이 대거 포함됐다. 업체별 과징금 규모를 살펴보면 에넥스가 58억 44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샘(37억 9700만 원)과 현대리바트(37억 4900만 원)가 뒤를 이었다. 빌트인 특판 가구는 싱크대와 붙박이장처럼 신축 주택에 내장형으로 설치되는 가구를 말하고 시스템 가구는 드레스룸과 팬트리 등에 설치되는 가구를 말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의 영업 담당자들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 동안 유선 연락이나 모임 등을 통해 소통하며 담합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낙찰 예정자가 정해지면 들러리 참여 업체들에 투찰 가격이 담긴 견적서를 공유했고 들러리 업체들은 이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찰하는 식이었다.

사진 제공=에넥스.
사진 제공=에넥스.


업계 내부에서는 담합을 위한 은밀한 용어까지 통용됐다. 들러리 업체들이 공유받은 견적 가격을 바탕으로 투찰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행위를 ‘흔들다’로 지칭했다. 낙찰 예정자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에도 주도적인 사업자가 공유해준 견적을 바탕으로 가격을 맞춰 입찰에 참여하는 등 경쟁을 철저히 차단했다.

특히 시스템 가구 입찰의 경우 모델하우스 시공 업체에 낙찰 우선권을 주거나 제비뽑기와 같은 원시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낙찰 순번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사들이 최저가 지명 경쟁입찰 방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가구사들의 사전 합의에 의해 낙찰자가 이미 결정돼 있었던 셈이다.

이들이 담합에 나선 배경에는 심화된 수주 경쟁과 건설사들의 입찰 제도 관리 방식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1년 이후 건설 경기가 회복되면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고 중소형 가구사들의 시장 진입이 활발해지자 기존 업체들은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선택했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가구 시장의 입찰 담합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번 조치를 포함해 지금까지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가구 업체는 총 63개사에 달하며 전체 과징금 액수는 1427억 원에 이른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가구사들이 장기간 광범위하게 벌여온 담합의 전모를 밝혀내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향후 의식주 등 민생과 밀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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