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에 불안한 부동산 시장
서울 전월세 재계약 절반은 갱신권
내년 입주·분양 물량 감소 더 심화
“기존 물량 순환… 규제 완화 필요”
서울 전월세 재계약 절반은 갱신권
내년 입주·분양 물량 감소 더 심화
“기존 물량 순환… 규제 완화 필요”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의 49.3%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했다. 누적된 공급 부족과 연이은 수요 억제 정책으로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서다. 28일 서울 용산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안내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공급 부족과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겹치며 올해 서울 부동산시장이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아파트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신축 아파트 거주를 원하는 사람들은 청약 당첨을 기다리는 대신 분양·입주권 매매에 나섰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전월세 계약의 41.7%가 갱신 계약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갱신 계약 비중이 31.4%였던 것과 비교하면 10% 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갱신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의 49.3%는 갱신요구권을 썼다. 갱신요구권을 사용하면 전월세 가격 인상률을 최대 5%까지로 제한할 수 있다. 지난해(32.5%) 대비 20% 포인트가량 늘었다.
역전세난이 심각했던 2023년과 2024년은 갱신권 사용 비중이 30%대까지 낮아졌으나, 지난해부터 전셋값이 오르면서 이 비율이 늘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23% 오른 데 이어 올해 들어선 지난달까지 3.06% 상승했다. 월세 역시 지난달까지 3.29% 올랐다.
입주 물량 감소로 전셋값이 오르는 와중에 6·27, 10·15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해지자 ‘눌러앉기’를 택한 세입자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10·15 대책으로 갭투자가 막혀 전세 물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전셋값이 오른 상황에서 대출 한도까지 줄어들자 전세와 매매 모두 갈아타기가 어려워졌다”며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는 게 유리해지면서 세입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듯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 공급 감소는 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량 증가로도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분양·입주권 거래는 1205건(계약해제 제외)이다. 2019년(2101건) 이후 6년 만의 최대치다.
신축을 선호하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흐름에도 서울에 공급된 신축 아파트는 적고, 청약 경쟁률은 수백 대 1에 달한다. 분양·입주권을 매매하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다. 직방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만6412가구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3만1856가구)보다 48.5% 감소한 규모다. 분양도 줄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민간 아파트의 일반분양 물량은 12만1120가구로 15년 만에 가장 적었다. 현재와 미래의 공급이 모두 줄어드니 청약 경쟁률은 고공행진이다. 올해 서울 청약 평균 경쟁률은 146.64대 1로 2021년(164.13대 1)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정부가 다음 달 추가 공급 대책을 예고했으나 불안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신규 공급방안만 나와서는 의미가 없다. 기존 물량이 시장에 나와 순환할 수 있는 규제 완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