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누워 하늘을 가르키는 아이들 묘사
올해 영국 '집 없는 아동' 17만 명 이상
NYT "달콤하면서 끔찍한 메시지 담겨"
올해 영국 '집 없는 아동' 17만 명 이상
NYT "달콤하면서 끔찍한 메시지 담겨"
22일 영국 런던 베이스워터 지역에 등장한 뱅크시의 벽화 앞에서 한 시민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성탄절을 앞둔 영국 런던에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의 벽화가 등장했다. 벽화는 길거리에 누워있는 아이들을 묘사하고 있다. 영국에서 최근 증가하는 아동 노숙 문제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최근 런던 중심부 베이스워터 지역의 한 건물 벽면에 뱅크시의 벽화 '노숙하는 아이들'이 그려졌다고 보도했다. 뱅크시는 전날 인스타그램에 벽화의 사진을 올리며 해당 벽화가 자신의 작품임을 인증했다.
벽화는 겨울용 모자와 부츠를 신은 두 아이가 양철 지붕 위에 누워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이 중 큰 아이는 팔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벽화가 그려진 벽 주변은 실제 동네의 쓰레기가 버려지는 장소라고 한다. 이 작품은 23일 현재 누군가가 나무판자로 가려놓은 상태다.
22일 영국 런던 토트넘 코트로드의 인도 옆에 있는 뱅크시 벽화 근처를 사람들이 걷고 있다. 뒤로 보이는 건물은 고층 주상복합 센터포인트타워.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주말 사이 런던에는 비슷한 벽화가 하나 더 등장했다. 런던 토트넘 코트로드 지역의 인도 옆 콘크리트 벽에 그려진 벽화로, 역시 두 아이가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한 아이는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고 있는데 그 뒤로는 런던의 고층 주상복합건물 센터포인트타워가 위치해 있다. '센터포인트타워'가 들어서며 많은 노숙자들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에, 영국 내에서 이 건물은 노숙자와 중산층의 갈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 작품은 아직 뱅크시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지 않았다.
NYT는 "영국의 아동 노숙 증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뱅크시가 달콤하면서도 끔찍한 메시지를 담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냈다"고 논평했다. 영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영국에서 노숙 상태에 놓인 아동은 올해 10월 기준 17만 명 이상이다.
뱅크시는 성탄절 무렵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벽화를 공개해 왔다. 2019년에는 영국 버밍엄의 노숙자들이 주로 생활하는 벤치를 산타클로스 순록들이 끌어당기는 모습을 벽화로 그렸다. 지난해에는 녹슨 총알로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아기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작품이 공개됐다.
2019년 12월 9일 뱅크시 벽화가 그려진 영국 버밍엄의 벤치에 한 남성이 누워있다. 뱅크시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