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엄태영 충북도당위원장 등이 19일 충북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충북도당 당원교육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3일, 취임 100일 메시지) " " “저도 계엄 해제 안에 찬성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19일, 충북도당 연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12·3 비상계엄에 대한 태도가 연말을 기점으로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두 달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깜짝 면회하고, 지난 3일에도 계엄 사과를 끝내 거부했던 장 대표가 최근 ‘계엄이 부적절했다’는 쪽으로 메시지를 선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2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계엄에 대한 태도 변화를 시작으로 내년 1월부터 본격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의 변화는 지난 19일 충북도당 연설을 계기로 뚜렷해졌다. 장 대표는 당원 2000명이 모인 행사에서 “작년 12월 3일, 저는 17명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계엄 해제에 찬성표를 던졌다.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된다”고 했다. 장 대표가 취임 후 계엄에 대한 책임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그 바탕 위에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며 ‘변화’를 14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지난 16일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단 만큼은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 측 관계자는 “종국에는 ‘윤 어게인’ 세력이나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이런 메시지 변화를 두고 당내에선 “내년 6·3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원내 지도부 인사)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때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게 부끄럽지 않다”며 강성 지지층에 몰입했던 장 대표지만, 더는 당 안팎의 변화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장 대표가 의원들과 소통을 늘리면서 중도확장 없이는 필패란 조언을 많이 들었다”며 “선거에서 지면 당도, 본인의 정치 인생도 끝나게 된다”고 했다.
대표실 주변에서는 장 대표가 애당초 ‘선(先) 지지층 결집, 후(後) 중도 확장’을 전략적으로 기획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대표 취임 후 지방 선거까지 9개월인데, 장 대표는 그 중 4개월을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고 남은 5개월은 외연확장에 힘쓰겠다는 생각이 취임 때부터 확고했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장 대표는 다음 행보도 구체화하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해 전남 무안 항공기 참사 1주기를 추모하고, 전북 지역까지 돌아볼 예정이다. 장 대표는 지난달 6일 광주 방문 때 “한 달에 한번 호남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신년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회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 대표 측 관계자는 “이미 ‘통일교 특검 연대’를 이뤘고, 내년 선거도 앞둔 시점이라 만날 이유는 충분하다”고 했다. 신년 비전 발표나 외부 인재 영입 등으로 변화를 이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새해에 깜짝 놀랄 만한 인물들도 만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지도부 인사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특보단을 꾸려 인재를 영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9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충북도당 당원 교육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게 당내 대체적 분위기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가 개입된 ‘당원게시판 사건’ 처리가 장동혁 체제 외연 확장의 상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친한계 의원은 “내년 선거를 위해 용광로처럼 끌어 안아도 모자를 판에 한 전 대표를 징계한다면 그거야 말로 외연확장은커녕 당을 쪼개자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도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고 “당 권한을 행사해 당 내 인사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건 처음 보는 현상”이라며 “민주당이 싸우고 있는 저랑 싸워서 정치적 탈출구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당원게시판 의혹은 독립 기관인 당무감사위 소관이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게 장 대표의 뜻”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