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카페 내에서 고객들이 일회용 컵을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전북 고창 한 카페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음료를 마셨다. 매장 안이지만 음료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에 담겨 있었다. 2023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관련 규제를 사실상 철회한 이후, 일회용 플라스틱컵·종이컵·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의 매장 내 사용이 다시 일상화됐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플라스틱 정책이 23일 발표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요동친 플라스틱 규제가 이번엔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는 오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정부안 주요 내용 등을 발표할 에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최종안은 전문가·시민·국회 의견을 들어 내년 초 확정된다. 탈플라스틱 로드맵 수립은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새 정부 국정과제였다.
기후부는 종합대책 일부를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개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못하게 하고 100~200원의 추가 비용을 내고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을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 담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빨대는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되 노약자 등이 요청할 때는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그간 플라스틱 관련 규제는 정부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2018년 환경부(현 기후부)는 카페 등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금지하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를 유예했다. 2021년에는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슈퍼마켓 등에서의 비닐봉지 등을 규제 품목에 추가하고 관련 규제를 2022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제도 시행을 3주 앞두고 1년간 계도기간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재차 시행 시점이 도래한 2023년에는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관련해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종이컵 금지로) 다회용 컵을 씻을 인력을 추가 고용하거나 세척기를 설치해야 하는 등 부담이 늘었다”며 자발적 감축, 재활용률 제고, 대체품 시장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규제가 사실상 폐지되자 종이 빨대 업체가 줄줄이 도산 위기에 내몰리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나무젓가락, 일회용 접시 등은 여전히 규제 대상이지만 관련 규제가 느슨해지고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점차 널리 사용됐다.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시행일이 유예되고 시행지역이 축소돼 현재는 세종과 제주에서만 시행 중이다.
환경단체들은 앞서 폐지된 일회용품 규제들을 탈플라스틱 로드맵에 담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 “일회용품 규제가 명분 없이 완화·폐기되며 환경적·사회적 비용은 현장에 전가됐고 정부 정책은 국민 신뢰를 잃었다”며 “탈플라스틱 로드맵 발표에 앞서 지난 3년간 후퇴한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즉각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23일 대국민 토론회 직전을 앞두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