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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인터뷰]
"독일도 미소와의 협상은 외교부 담당"
"정부 내 조율 미작동 심각하게 여겨야"
"동맹 틀 내 자주 높이는 자립형 동맹을"
18일 서울 용산구의 한 사무실에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대북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정부 내부 갈등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8일 서울 용산구의 한 사무실에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대북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정부 내부 갈등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미국과의 대북정책 협상을 통일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에 "번지수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미국을 설득해 북한과 협상 카드를 만드는 게 관건인데, 통일부가 주도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외교부가 남북협상을 주도하겠다면 맞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송 전 장관은 "자주적 성과를 위해서도 외교관 그룹이 대미 협의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협상 상대를 잘 파악해야 조율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자주파가 중시하는 우라늄 농축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도 외교부가 얻어낸 성과라고 짚었다. 북핵 6자회담 주역이자 외교관 그룹 원로인 송 전 장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뉴스1


-통일부가 한미 대북정책 협의에 불참했고, 일부 전직 장관들이 대북정책에 관한 미국과의 협의를 통일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대외 협의 창구를 두고 우리끼리 싸우는 모습이 노출됐다. 정부 내 조율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소위 자주파·동맹파 프레임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물 안 개구리들끼리 싸우는 것은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대통령도 이를 심각히 여겨야 한다."

-북한을 잘 아는 통일부가 미국과 대북정책 협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게 자주파의 주장이다.


"남북·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선 미국의 대북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미국과 조율하는 것이다. 80여 년에 걸친 한미 대화의 기록과 지혜는 외교부에 축적돼 있다. 남북 대화는 통일부가 하듯, 한미 조율은 외교부가 하는 것이다. 북한도 대남 대화는 과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같은 대남기구가, 대미 협상은 외무성이 나서지 않나."

-남북관계 특수성을 감안해 통일부에 맡겨볼 수도 있지 않나.


"협상이란, 주제와 상대에 맞춰 협상의 '주체'를 정하는 것이다. 2006년 북핵 6자회담을 담당하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창설 당시에도 통일부가 주도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북·중·일·러를 상대해야 하니 외교부 장관 지휘를 받도록 했다. 과거 서독도 마찬가지였다. 내독부가 동서독 간 사람, 물건, 문화 교류를 주로 담당하고, 미국·소련 등과의 협상은 외교부가 했다. 합리와 현실을 고려한 결과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18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대북 정책 주도권에 대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18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대북 정책 주도권에 대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자주파는 외교부가 미국 입장을 대변한다고 본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상대를 알아야 한다. 그걸 미국을 대변한다고 보는 것은 올바른 인식이 아니다. 대북제재 해제 카드는 한미를 위시한 여러 나라가 공유하고 있다. 한국이 먼저 이를 써버리면, 북한에 대한 유인과 압박책이 사라진다는 게 미국의 우려다. 문제는 대북제재 해제의 키를 쥔 게 미국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과 조율하는 것이다. 이를 외교부가 미국을 대변한다고 본다면, 통일부도 북한 입장만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동맹파에 대한 자주파의 불신이 상당한 것 같다.


"자주파가 중시하는 우라늄 농축이나 전작권 문제에 대한 진전은 동맹파라 불리는 외교관 그룹이 가져왔다. 자주파가 나서면 미국의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동맹을 중시하는 자세가 전제된 이들이 협상해야 그나마 자주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역설이지만 현실이다. 미국은 이를 'Safe hand(안심해도 된다)'라고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월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 후 대화하며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월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 후 대화하며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동맹파가 반성할 부분은 없나.


"통일부는 대북 정책에 누구보다 민감하다. 외교부도 이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긴밀하게 소통하고 조율해야 한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운영 당시 경험을 잘 살렸으면 좋겠다."

-갈등 해소를 위한 제언이 있다면.


"동맹이란 현실과 자주란 이상을 균형적으로 인식하자. 동맹이 사라지면 북한 위협과 중국 위세를 어떻게 감당할까. 선택의 문제인데 우리는 동맹을 택했다. 자주를 버리자는 게 아니다. 동맹의 틀 내에서 자주를 높이는 '자립형 동맹'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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