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에게 생중계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개 질타를 받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주변에 “그저 사실관계를 바로잡은 것일 뿐 정치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장은 이 대통령의 연이틀 두 차례 공개 질책 후 괴로운 마음을 주변에 토로했다고 한다.
이 사장은 이 대통령이 언급한 외화 밀반출과 관련해 실제 공항업무와 사실관계가 달라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사장으로서 정정했다는 입장이다. 외화 밀반출은 공항이 아닌 세관이 주관하는 업무이고, 공사는 MOU(양해각서) 형태로 협조하는 것이라 법적 책임이 없는 업무라는 것이다.
이 사장은 보수 진영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이 사장 측 인사는 “이 사장의 정치 경력 때문에 여권에서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정치만 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걸고 있어 더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사실상 이 사장을 겨냥해 “윤석열정부에서 ‘알 박기’ 한 인사들이 제 눈에 보일 때도 있다.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하는 분들이 간혹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치적 자양분이나 입지를 쌓기 위해서 ‘탄압의 서사’를 만들고 싶은 분이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가) 요새 넷플릭스보다 더 재밌다는 설이 있다”는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위험한 착각”이라며 “대통령은 흥행의 언어가 아닌 책임의 언어로 국정을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최근 생중계 업무보고는 정책 점검보다 ‘장면 만들기’에 가까운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며 “대통령의 거친 언사와 특정 기관장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 힐난한 장면은 정쟁으로 확산되고, 야권 출신 공공기관장 찍어내기 압박으로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생중계 업무보고에 대해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대통령이 세상만사 모든 부처 업무를 다 알고 있는 신(god)이 되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장에게 즉석 퀴즈를 내고, 못 맞히면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