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대법원이 예규 제정을 통해 내란·외환 및 반란죄 사건만을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과 별개로 국회 차원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당이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착수하자 뒤늦게 예규 제정 계획을 발표한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대법원이 예규 제정을 통해 사실상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만시지탄”이라면서도 “비록 늦었지만 사법부가 제도적 해법을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예규 제정은) 국회에서 내란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때 반대하던 대법원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결정”이라며 “전담재판부 설치는 헌법과 법체계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했음을 여실히 증명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사법부는 그동안 재판이 지연될수록 책임 규명은 느슨해지고 본질은 흐려진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재판에 대한 우려를 키워온 점에 대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입법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입법권이 없는 사법부가 내규로 전담재판부를 추진하는 것은 안정성 면에서 취약하다”며 “국회에서 입법으로 추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은 국회가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입법을 더이상 방해하지 말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용우 당 법률위원장도 이날 논평에서 “대법원 예규는 내부 규정으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고, 대법원이 언제라도 개정·폐지할 수 있다”며 “국회 입법이 갖는 지속성과 안정성, 대표성 등을 고려하면 내란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는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23일 법안이 상정 시 처리 시점은 2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날 대법원 발표를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대법원이 지난 몇 개월간 자체적으로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라는 정치권 요청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민주당이 당 안팎으로 위헌 비판을 받고 두 번의 의원총회를 거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을 최종 확정하고 나서야 예규 제정 계획을 밝혔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대법원 예규로 전담재판부를 만들 수 있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빨리 예규를 만들었으면 (관련 입법 추진도) 안 했을 텐데, 약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태 의원은 “민주당 법안이 가결을 앞둔 타이밍에 대법원 예규가 나온 타이밍이 절묘하다”며 “(대법원이) 권한이 흔들리니 움직인 모양새”라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법원이 늦게라도 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대법원 예규보다는 법안이 더 우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