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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 유대주의 시위에 소극적 대처
하버드대 총장, 트럼프 공개 비판
中과 오랜 밀착… 黨校로 불리기도
하버드 때리기 통해 타대 길들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하버드대 공격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90억 달러(약 12조4000억원)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 중단과 외국인 유학생 등록 차단에 이어, 이제는 하버드대 학생 비자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SNS) 검증까지 시작했다. 다른 미국 명문 대학들에 비해 트럼프 행정부가 유독 하버드를 강도 높게 압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反유대주의 확산 방관

지난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미국 대학가에서는 반(反)유대주의 움직임이 확산됐다. 특히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학내 반유대주의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며, 일부 총장들이 잇따라 사퇴했다. 하버드대 역시 최초의 흑인 총장인 클로딘 게이 총장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 확산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 후 사퇴 압박을 받다가 지난해 1월 물러났다. 게이 총장의 모호한 입장으로 역풍을 맞은 하버드대는 2023년 12월부터 반유대주의 관련 미 하원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 2024년 4월25일(현지 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에서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학생 시위자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두른 채 하버드 대학의 첫 주요 기부자인 존 하버드 동상 앞에 서 있다. / AP=연합뉴스

그러나 이후에도 하버드대에서는 반유대주의 시위가 계속됐다. 이 때문에 대선 과정에서 대학 내 반유대주의 척결을 공약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하버드대를 집중 겨냥한 것이다. 하버드대 출신이자 미국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애크먼은 지난달 초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철회한 것에 대해 “하버드는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정당을 위한 정치적 옹호 단체가 됐다”며 “대학이 학문 기관에서 정치적 옹호 단체로 변질되면, 더 이상 비영리 지위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기부 ‘큰손’이던 그는 게이 총장 퇴진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반기

하버드대는 반유대주의 시위가 활발했던 미국 명문대 중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가장 강하게 반기를 들었다. 게이 총장 이후 취임한 앨런 가버 총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학 길들이기’가 시작된 후, 공개적으로 “대통령이라고 해서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가르치지 말아야 할지 명령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가버 총장은 본인도 유대인이지만, 반유대주의 주장이 캠퍼스에서 금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요구에도 하버드대는 가장 강하게 반발했다. 반유대주의 시위가 가장 거셌던 컬럼비아대는 지난 3월 연방정부가 4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취소하자, 트럼프 행정부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였다. 컬럼비아대는 대학 내에 체포 권한을 가진 보안팀을 신설하고, 중동학과를 특별 관리하는 부총장을 임명하는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학들은 (정부 조치에) 좌절과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한 것 외에는 공개적으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서 “하버드대는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연방정부의 제안을 거부했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오랜 밀착

하버드대는 오랜 기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로이터통신은 ‘오랫동안 이점이었던 하버드와 중국의 관계, 이제는 정치적 부담으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하버드대는 중국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여기에는 연구 협력과 중국 관련 학술 센터 등이 포함된다”며 “이 같은 관계가 하버드대에 막대한 기부금과 국제 문제에 대한 영향력, 그리고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줬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하버드대 졸업식을 맞아 와이드너 도서관 앞에 걸린 하버드 현수막 / AF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신장(新疆) 자치구의 준군사 조직인 신장생산건설병단(XPCC)이 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이유로 미국 제재 대상이 된 후에도 이 조직 인사들이 하버드대에서 공공보건 관련 연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러한 관계는 2024년까지 지속됐다. 또한, 나노과학 분야 선구자인 찰스 리버 교수가 2021년 중국의 해외 과학기술 석학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 관련 소득을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아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하버드대에서 은퇴한 일도 있었다. 리버 교수는 올해 칭화대로 자리를 옮겼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을 배후로 한 영향력 공작이 하버드대 캠퍼스에 만연하다고 주장한 데에는 높은 중국인 유학생 비율도 영향을 미쳤다. 미 NBC 뉴스에 따르면 하버드대 재학생 약 2만 5000명 중 4분의 1 이상이 해외 출신이며, 그 중 20%가 중국 출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전 국가 부주석 리위안차오 등 하버드 케네디스쿨 출신 중국 고위 관료들이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케네디스쿨이 중국 공산당원들에게 ‘당의 학교(黨校)’로 불린다고 보도했다.

◇진보 진영의 온상

공화당 등 미국 보수 진영은 대학 캠퍼스를 진보적 세뇌의 온상으로 여겨왔다. 영국 BBC에 따르면 1990년대 정치적 올바름(PC), 2000년대 ‘월가 점령 시위’로 대표되는 반자본주의 운동, 최근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과 반이스라엘 시위 등 다양한 형태의 진보적 움직임이 대학가에서 나타났다. 보수 성향 단체인 터닝포인트 USA의 창립자 찰리 커크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학은 더 이상 지식 추구의 공간이 아니라, 좌파적 세계관을 강압적으로 주입하는 장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을 보수 성향으로 재편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인지도가 높은 하버드대는 싸움 대상으로 적격이었다. NYT는 “행정부의 적대감의 근원은 이스라엘 전쟁과 관련된 혼란 만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깊다. 보수주의자들은 엘리트 대학들의 소수자 우대 입학 정책, 높은 등록금, 진보 성향 교수들의 견해, 캠퍼스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확산에 불편함을 느껴왔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불만을 점점 더 늘리면서, 보수 진영이 학계에 제기해온 여러 문제들도 함께 거론했다”고 전했다.

메릴랜드주 모건주립대 정치학자 제이슨 존슨은 영국 가디언에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미국 고등교육 기관을 위협하고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들의 권위주의적 경향에 대한 저항이 대부분 대학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행정부는 하버드를 파산시키고, 망신주고, 약화시키거나 적어도 무릎을 꿇게 만들면 미국 내 다른 모든 기관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것이 그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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