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오 시장 관련 진술을 뒷받침할 정황을 오 시장의 후원회장 김한정씨로부터 확보했다. 그간 명씨는 오 시장이 2021년 1월22일 전화로 “김한정 후원회장에게 여론조사비 2000만원을 빌리러 간다고 말했다”고 진술해왔는데, 김씨도 특검 조사에서 같은 날 오 시장의 선거캠프에 있었다고 인정했다.
2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25일 특검에 출석해 이같이 진술했다. 특검은 지난 8일 명씨와 오 시장을 조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2021년 1월22일 저녁 오 시장 자택과 캠프가 있는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과 카페에서 김씨가 카드로 수십만원 결제한 기록을 내밀었다고 한다. 김씨는 해당 기록을 보고선 오 시장 캠프 직원들 20~30명에게 밥을 사줬다면서 당일 오 시장 캠프에 있었다고 인정했다.
앞서 명씨는 지난 4월29일 검찰 조사에서 2021년 1월22일 오 시장이 4차례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릅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 시장으로부터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전화가 와 ‘선거법 때문에 여론조사 비용을 직접 못 줘 김씨에게 2000만원을 빌리러 가고 있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오 시장이 김씨에게 돈을 빌리는 형식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케 했다는 것이다.
다만 김씨는 당일 자신이 오 시장 캠프에 있었거나 오 시장을 만났다 하더라도 여론조사비 대납의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인과 후원자가 만나는 것 자체를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여론조사비 대납을 요구하는 녹음이 나오지 않는 한 대납 의혹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1월22일이 아내 생일이라 가족과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는 취지로만 진술했다. 오 시장은 김씨를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기록을 뒤졌으나 시간이 지나 동선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지난 26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김씨가 당직자들이랑 만났을 순 있다”면서 “(오전에 식당에서) 캠프 관계자와 밥을 먹었다면 저녁도 당직자들이랑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과 밥을 먹었다고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명씨가 그날 일정을 너무 과장해서 진술하고 있다”면서 “명씨 진술이 허황하다는 증거들을 찾아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오 시장을 추가 소환하지 않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