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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2㎞ 이북 북방한계선을 따라 4곳에서 높이 4~5m 대전차 방호벽을 설치하고 있다. 전차의 이동을 막는 방벽의 길이는 수십m에서 수백m에 이른다. 사진은 남북을 잇는 철도인 강원도 동해선
지난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2㎞ 이북 북방한계선을 따라 4곳에서 높이 4~5m 대전차 방호벽을 설치하고 있다. 전차의 이동을 막는 방벽의 길이는 수십m에서 수백m에 이른다. 사진은 남북을 잇는 철도인 강원도 동해선 철도 옆에 설치 중인 대전차 방호벽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은 혹시 남쪽이 북침하지 않을까 걱정해서 3중 철책을 친다고 한다. 혹시 탱크라도 넘어오지 않을까 해서 평원 지역에 방벽을 쌓고 다리와 도로를 끊는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에서 한 말이다.

한국전쟁 개전 초기 북한군이 ‘티(T)-34 전차’를 앞세우고 밀고 내려오자 국군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이때의 경험은 한국 사회에 북한 탱크 트라우마를 깊게 남겼다. ‘북한이 호시탐탐 남침할 기회만 노리고 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북한이 한국의 북침에 대비해 대전차 방벽을 쌓는다’는 이야기는 생소하다.

북한은 언제부터 왜 대전차 방벽을 쌓고 있는 것일까. 합동참보본부(합참)의 설명을 들어보면,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비무장지대 북쪽 지역에서 대전차 장애물로 추정되는 방벽과 철조망을 설치하고, 지뢰 매설에 나섰다. 경계 시야 확보를 위해 수풀을 제거하는 불모지 작업 등도 함께 벌이고 있다.

북한은 2023년 말부터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매년 봄·가을이면 북한군이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매설, 불모지 작업을 해왔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작업 규모, 투입 병력이 확대됐다”며 “대전차 방벽 추정 건조물 설치 등은 (전에 없던) 새로운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당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2㎞ 이북 북방한계선을 따라 4곳에서 높이 4~5m 대전차 방호벽을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차의 이동을 막는 방벽의 길이는 수십m에서 수백m에 이른다고 했다.

북한이 쌓은 대전차 방벽 현황.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북한이 쌓은 대전차 방벽 현황.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합참 설명과 유럽의 위성업체인 ‘아이스아이’에서 입수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은 군사분계선 북쪽 2㎞ 지점 4곳에 모두 10㎞ 길이의 대전차 방벽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벽 높이는 약 4~5m이며, 방벽의 남쪽 면은 폭 2m 콘크리트 벽 형태였다. 콘크리트 벽 뒤 북쪽으로는 흙을 두텁게 쌓아 지지하게 한 형태라고 유 의원은 밝혔다.

방벽이 설치된 곳은 황해도 개성 판문점 부근과 경기도 파주 적성 북쪽, 강원도 평강과 고성 북쪽으로, 주로 평야 지대나 산세가 험하지 않은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로였던 개성-문산 축선, 철원-의정부 축선, 고성(동해안) 축선과 일치한다. 이 3개 축선은 지금도 한반도 전쟁 루트다.

산이 많은 한반도 지형상 전차부대 기동은 평지가 많은 개성-문산 축선, 철원-의정부 축선에서 가능한데 개성-문산 축선이 서울에서 가장 가깝다. 한반도 유사시 전차 부대 기동로인 개성-문산 축선 등에 북한이 대전차 방벽을 쌓자, ‘북한이 자승자박하는 셈인데 남침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북한군이 동부전선 철책을 보수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지난해 북한군이 동부전선 철책을 보수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군사분계선 이북의 도로와 다리를 끊은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이 전차를 앞세워 남침하려면 군사분계선 이북의 다리와 교량을 사전에 보강해야 한다. 북한 전차 1대 무게가 30~50t 규모여서 유사시 원활한 전차 기동을 보장하려면 도로·하천을 보수해야 한다. 한국전쟁 기록을 보면 북한은 남침 개시 전 38선 일대 다리와 도로 보강 공사를 했다.

북한의 대전차 방벽 건설, 다리와 도로 단절은 ‘탱크를 앞세운 북한의 남침’ 상황과는 맞지 않다. 윤석열 정부 당시 합참은 “북한 장벽은 필요하면 금방 허물 수 있는 구조로 쌓고 있어 북한 대전차 방벽을 남침 포기로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 방벽에 대해 한국 전차의 북침 저지보다는 △북한의 적대적 2국가론에 따른 남북 영구 단절 △북한 주민·군인 탈북 봉쇄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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