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4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 통과를 예고한 가운데 대법원이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를 제정하면서, 여야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 조처가 ‘뒷북 시늉’이라며 예정대로 법안을 본회의에 올려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입법 필요성이 사라졌다며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대법원의 전담재판부 관련 예규 제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최근 의원총회를 거쳐 수정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겠다고 못 박았다. 정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인제 와서 뭐하는 짓이냐”며 “지금까지 침대축구하며 질질 끌고 훼방만 놓다가 뒤늦게 시늉만 하는 조희대 사법부 행태는 국민 기만과 우롱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회에서 통과될 내란재판부 설치법 내용을 대법원이 잘 살펴서 예규에 빈틈이 없도록 잘 준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통과시킬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의 내용을 대법원 예규에 그대로 반영하라는 것이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전날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를 제정했다고 발표했다. 내란·외환 등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해 무작위 배당을 통해 전담재판부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내부 규정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법 통과 강행 의사에 반대 뜻을 밝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법안에 대해 “분칠을 했지만 위헌이라는 본질에 전혀 변함이 없다”며 “사법부 스스로 전담재판부 설치 방안을 내놓은 만큼 헌법에 반하는 별도 법안을 만들 이유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지난 16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의 명칭과 재판부 추천권한 등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위헌적이며, 사법부가 자체 예규를 내놓아 법안을 만들 이유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이 내놓은 수정법안도 위헌적이라는 입장이다. 전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건배당이 사법행정의 핵심인데 입법부가 이를 대체해 (수정안은) 위헌 논란이 여전히 수반된다”며 “사법행정권이 입법부에 의해 대체되는 위헌적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점, 무작위 전산배당에 의한 배당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 예규와 민주당 수정안의)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전날 예규를 제정한 사법부는 전담재판부 구성 절차에 사실상 돌입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22일 전체판사회의를 열어 형사재판부를 기존 14개에서 16개로 늘리는 사무분담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이 가운데 2∼3개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전담재판부의 숫자와 구성 절차, 시기는 전체 판사회의 논의를 토대로 내년 1월 서울고법 사무분담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예규를 앞서기 때문에 대법원 예규는 사실상 무력화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사법부의 반대에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이튿날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서더라도, 혁신당이 민주당과 협력하면 필리버스터 종결과 본회의 표결 처리가 가능하다. 혁신당은 대법원이 예규를 제정하기 전날 논평을 통해 “법안 발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내놨지만, 내부적으로는 법안 표결 때는 찬성표를 던진다는 방침이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법원을 향해 “진작 윤석열 일당이 기소되기 전 대법원이 예규를 만들어 전담재판부를 설치했어야 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