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18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
상임위서 삭제한 내용 법사위서 되살아나
언론노조 “표현의 자유 크게 침해” 비판
상임위서 삭제한 내용 법사위서 되살아나
언론노조 “표현의 자유 크게 침해” 비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18일 김재섭·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방송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으로 손꼽혀 국회 상임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논의 때 사라진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이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되살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가 훼손되면 형사 처벌하는 조항도 일부 살아남았다. 전국언론노조는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8일 통과시킨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19일 보면, 다른 사람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허위정보 또는 조작정보는 정보통신망에서 유통하면 안 된다는 조항(44조의7 2항)이 신설됐다. 단순 허위정보조차 불법화하는 내용이다. 허위정보 유통 금지는 애초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개정안에 비슷한 내용으로 들어갔다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언론·시민단체와 학계의 강력한 비판에 밀려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심사 과정에서 빠졌는데, 법사위에서 도로 살아난 것이다.
과방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상정된 안은 그나마 허위정보이면서 타인의 인격권·재산권·공공이익을 침해하는 동시에 이를 알고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생산된 경우를 모두 충족하는 허위조작정보만 유통 금지 대상으로 삼았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이마저도 전 세계에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나라는 없고 거의 유일하게 국가 심의 제도를 운용하는 나라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여전하다고 비판했는데, 상황이 더 악화한 셈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단순 허위사실의 유통을 해악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2008년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으로 불리는 전기통신기본법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재는 “허위사실의 표현으로 인한 논쟁이 발생하는 경우, 문제 되는 사안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참여를 촉진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공익을 해하거나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도 실제로 표현된 내용이 공익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적인 내용이거나, 내용의 진실성 여부가 대중의 관심사가 아닌 때, 내용의 허위성이 공지의 사실인 경우 등에는 그로 인한 사회적 해악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한겨레에 “민주당 중심 과방위 논의 과정에서도 허위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게 위헌 소지 등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빠졌는데, 법사위에서 부활한 걸 보면 법 개정이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어 “민주당은 앞서 시민사회의 지적에 대해 ‘단순 허위정보는 유통 금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법을 수정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법사위는 법 개정 과정에서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들을 허언으로 만들었다. 졸속 입법이란 외부의 숱한 비판을 민주당 스스로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사위 개정안이 통과되면) 언론 표현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법사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18일 “입틀막법”이라며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뒤 민주당 의원들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착석한 가운데 의결됐다.
법사위 개정안은 또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속에 과방위 개정안에선 삭제키로 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개인의 사생활을 내용으로 하는 사실”에 대해선 형사 처벌하는 조항을 일부 남기기로 했다.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제3자의 마구잡이 고발로도 자칫 처벌된다는 비판 속에 당사자가 직접 고소해야 수사에 들어가는 친고죄로 바꾸기로 했으나 법사위 개정안에선 지금처럼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를 유지키로 했다. 법사위에선 현행 형법이 유사한 조항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정보통신망법만 바꾸는 건 법률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언론노조는 이날 낸 성명에서 “본회의 통과 전까지, 개악된 조항들을 전면 복원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 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