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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천운이었어 천운. 저 조금만 늦었으면 진짜 죽을 뻔했어요 "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 20년 넘게 과일·야채 가게를 운영해온 박모(52)씨는 사고 당시를 회상하면서 연신 ‘천운’이란 말을 반복했다. 박씨 가게엔 사고 소식을 듣고 안부를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었다. 박씨는 “트럭이 대각선 앞 떡볶이집을 한 번 들이받지 않았으면 나도 그대로 차에 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경기 부천 오정구 원종동 소재 부천제일시장에서 김모(67)씨가 운전하는 파란색 1t 트럭이 돌진해 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현장에서 긴급체포됐다.

박씨 가게 폐쇄회로(CC)TV엔 사고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씨가 운전하는 트럭이 가게를 통과하기 3초 전만 해도 박씨는 고개를 숙여 가게 앞 진열된 과일을 보고 있었다. 찬찬히 과일을 보고 있던 박씨는 무심코 빈 박스를 들고 고개를 든 순간, 트럭은 박씨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떡볶이 가게를 스치면서 난 큰 소리에 박씨는 순간적으로 코앞으로 다가온 차를 피할 수 있었다. 트럭은 이곳 가게 앞에서 범퍼가 떨어진 채 한참을 달렸다.

13일 오전 10시 55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주행 중인 트럭이 상점 앞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해 트럭이 치워진 상점 앞에 옷가지 등이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10시 55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주행 중인 트럭이 상점 앞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해 트럭이 치워진 상점 앞에 옷가지 등이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떡볶이 가게 상황은 더 처참했다. 해당 가게 CCTV를 보니 사고 순간 온갖 물건이 길거리에 쏟아지는 장면과 목격자들의 울음소리가 뒤엉켰다. 미처 피하지 못한 일부 시민은 쓰러졌고, 일부는 매장 안으로 뛰어들어 화를 피했다. 거리엔 장바구니에서 쏟아진 채소들과 부서진 그릇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떡볶이 가게 사장 이창수(63)씨는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사고를 당해 지금 병원에 실려 갔다”며 “차를 피하려고 하다가 매대 사이에 끼어 크게 다쳤다”고 말했다.

가게들이 모여 있는 시장 내 사거리는 김씨의 1t 트럭이 급가속을 시작한 곳에서부터 약 100m가량 거리에 있다. 트럭이 급가속을 시작한 곳의 인근 CCTV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씨는 자신의 트럭에서 수산물을 내린 뒤 다시 차에 탔다. 가게 뒤편 공터에 주차를 하기 위해 천천히 후진하다가 갑자기 전방으로 돌진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13일 오전 10시 55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주행 중인 트럭이 상점 앞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났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10시 55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주행 중인 트럭이 상점 앞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났다. 연합뉴스

김씨 가게와 가까운 방앗간의 사장 이모(60대)씨는 “차가 번개같이 내 앞을 지나갔다”면서 “차 한 대 정도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곳인데, 차가 순식간에 빠르게 돌진하니 사람들이 피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순간을 직접 목격한 인근 주점 사장 조모(56)씨는 “차가 후진을 하다가 갑자기 앞으로 가속해 나갔다”며 “오늘 아침에도 ‘꽃게 바구니가 너무 무겁다’고 김씨와 농담도 주고받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안타깝다”고 했다.

경찰은 EDR(사고기록장치) 분석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도로교통공단에 감정을 의뢰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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