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 연합뉴스
[서울경제]
영국에서 슬러시를 마신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4세 여아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어린이의 슬러시 섭취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슬러시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이 8세 미만 어린이에게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외신 더 선 등에 따르면 영국의 4세 여아 루나 윌리엄수는 할머니와 외출 중 파란색 슬러시를 마신 뒤 약 30분 만에 두통과 구토 증상을 보였고, 이후 깨울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지는 상태가 약 30분간 지속됐다. 어머니는 “혼수상태처럼 보였다”며 “다행히 시간이 지나 회복돼 병원 치료는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가족은 슬러시에 함유된 글리세롤이 원인일 가능성을 알게 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제학술지 ‘소아질환회보(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에 실린 아일랜드 더블린대 연구팀은 2018~2024년 영국·아일랜드에서 슬러시를 마신 뒤 1시간 이내 급성 증상으로 응급 치료를 받은 2~7세 어린이 21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글리세롤이 함유된 슬러시는 8세 미만 어린이에게 저혈당증이나 실신 등 글리세롤 중독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수의 아이들이 응급실에서 저혈당증으로 처음 진단됐으며 대부분 슬러시 섭취 1시간 이내 증상이 나타났다.
글리세롤은 슬러시가 얼지 않도록 하는 성분으로 일반적으로 무독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다 섭취 시 설사·복통·탈수·혈압 변동·두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성인보다 대사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는 급하게 많이 섭취할 경우 저혈당이나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슬러시 음료의 글리세롤 농도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안전 섭취량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영양적 이점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영국 식품기준청과 스코틀랜드 식품기준청은 2023년 4세 이하 어린이에게 슬러시 판매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 보호자들에게 어린이의 슬러시 섭취를 가급적 제한하고, 성분표를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