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방콕 30층 건물 붕괴 때 시공사도 같아
15일 타이 사뭇사콘주의 라마 2세 도로의 고가도로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이 쓰러지며 건설 중인 고가도로를 덮쳐 2명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타이 고속철도 공사장 크레인이 달리던 열차를 덮쳐 32명이 숨진 지 하루 만에 다른 지역에서 또 고가도로의 크레인이 도로로 무너져 최소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같은 업체가 공사를 맡고 있었으며, 지난해 방콕의 30층 빌딩 붕괴로 96명이 사망한 사고의 시공업체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15일 방콕 포스트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오전 9시15분께 타이 수도 방콕 남서쪽 해안에 위치한 사뭇사콘주의 라마 2세 도로의 고가도로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크레인이 건설 중인 고가도로 위로 떨어지며 구조물이 아래 도로로 무너졌고, 픽업트럭 2대를 덮쳤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보도됐다. 이 구간은 아직 일반에 차량 통행이 허가되지 않은 곳이었다.
아에프페 통신이 확인한 차량 블랙박스에는 거대한 크레인이 도로 위로 떨어지는 순간이 포착됐다. 먼지 구름과 구조물 잔해가 사방으로 날려, 옆 도로를 지나던 차들이 낙하물을 피하기 위해 갓길에 멈춰 서거나 후진했다. 현장에 있던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 분처드 라오리움(69)은 아에프페에 “여기(방콕 인근)에 있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아직 어제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루 전에도 타이에서는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나콘라차시마주 시키오 지역의 고속철 공사장에서 크레인이 쓰러지며 아래 철로를 달리던 열차를 덮쳐 32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쳤다.
14일 타이 중부 나콘라차시마주 시키오 지역의 고속철로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이 쓰러지는 사고로 파괴된 열차를 이튿날 공사 관계자들이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타이 정부는 두 사고 모두 타이 대형 건설회사 ‘이탈리안타이개발'(ITD)과 연관돼 있다고 확인했다. 이 회사가 시공을 맡은 두 공사 모두 중국 거대 국영기업 중국 철로 공정 총공사(CREC)와의 합작사(ITD-CREC)가 한 것이다.
피팟 라차킷라칸 교통부 장관은 이날 라마 2세 도로 사고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 (이번에도) 이탈리안타이(ITD)다. 난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피팟 장관은 “사고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합작사를 포함해 모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 합작사는 지난해 3월 미얀마 강진 당시 진앙에서 1000㎞ 이상 떨어진 방콕 시내에서 순식간에 무너져내린 30층 높이 감사원 신청사 건물의 공사를 담당한 업체다. 당시 사고로 건설 노동자 등 95명이 매몰돼 숨졌다. 앞서 2024년 8월 이 합작사가 맡은 고속철도 공사 현장에서도 터널이 무너져 작업자 3명이 숨졌다. 타이 국영철도는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이 합작사(ITD-CREC)에 공사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사고가 일어난 고속도로도 공사 지연과 잦은 사고로 악명 높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방콕과 타이 남부 지방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로 설계된 라마 2세 도로는 타이에서 “네버 엔딩 공사의 길”(끝없는 공사의 도로)로 불린다고 한다. 지난 3월 이 도로에서 건설 중이던 고가도로의 콘크리트 빔이 무너져 5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고, 2024년 11월에는 콘크리트 상판 등이 떨어져 6명이 사망했다.
타이 당국은 이틀 새 벌어진 두 사고를 계기로 현재 타이 내 진행되고 있는 모든 지상 구조물 공사를 중지하려는 지침을 고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