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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뉴서 2026.01.10 09:24 조회 수 : 0

'제이미맘'·'김부장' 이어 '중년남미새' 풍자 화제
"이 정도면 인류학자"…"진정 고품격 사회풍자 개그"
'하이퍼 리얼리즘' 찬사 속 "혐오 조장하는 조롱" 비판도
"강자 비판이 맞다면 순기능 나타나도록 만들어야"
"사회적 배경 설명 없으면 편견이나 '일반화의 오류' 심화"


개그우먼 강유미 '중년남미새'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강유미'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개그우먼 강유미 '중년남미새'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강유미'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배꼽 잡게 하는 풍자' vs '혐오 조장하는 조롱'.

개그우먼 강유미가 지난 1일 유튜브에 올린 하이퍼 리얼리즘 콩트 '중년 남미새'로 이러한 논란이 재점화 됐다.

'어린 자녀 교육에 유난인 강남 엄마'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에 이어 이번에는 '아들을 애지중지 여기는 중년 여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현재 누적 조회수 159만회, 댓글 2만여개를 모으며 화제의 중심에 선 '중년 남미새'로 '여혐'(여성 혐오)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다. 그 과정에서 남녀 갈등, 여여 갈등, 세대 갈등 등 다양한 이슈를 빨아들이는 뜨거운 논란의 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역사적으로 풍자는 강자나 권력층을 향한 비판이었지만 지금은 집단의 특징적 모습을 극대화해 웃음을 주기 위한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며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가 풍자와 혐오의 선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사소할지 몰라도 콘텐츠에 나타난 디테일이나 표현 방식이 풍자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중년남미새' 영상
[유튜브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중년남미새' 영상
[유튜브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하이퍼 리얼리즘 대박 행진…긁혔나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하이퍼 리얼리즘'이란 '극사실주의'로, 일상적인 현실을 극히 사실적으로 완벽하게 묘사하는 예술 양식을 말한다.

이러한 콘텐츠에는 '긁혔다'는 신조어가 따라붙는다. '긁혔다'는 타인의 말에 찔려 감정적으로 불쾌감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하이퍼 리얼리즘 풍자극은 너무 현실적이라 공감된다거나, 핀셋 같은 패러디에 배꼽을 잡았다는 반응 속에서 인기를 끈다. 그러나 동시에 특정 인물 유형에 대한 지나친 조롱이라는 비판과 함께 혐오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중년 남미새'는 긴 웨이브 머리·진주 단추가 달린 니트 가디건에 사치품 액세서리로 치장한 워킹 맘이 직장에서 동료들을 바라보며 11분간 펼치는 '얼굴 클로즈 업 1인극'이다. 제목의 '남미새'는 '남자에 미친 XX'로, 남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여성을 조롱하는 비속어다.

주인공은 화려한 키링이 달린 핸드폰을 터치하며 출퇴근하는 직원들에 환한 얼굴로 인사하고, 큐빅 등이 박힌 빨간 텀블러를 홀짝이면서 수다를 떤다.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사진을 자랑하며 "나 다른 사람한테 내 아들 줄 수 있을까"·"나쁜 시어머니 완전 예약이야"라고 말하고, 후배 남자 직원에 너그럽다. 반면 "요즘 여자애들은 영악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요즘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눈치 더 보잖아"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후배 여자 직원의 흉을 본다.

지난 4일 스레드에 "너무도 진짜이기 때문에 중년 남미새 편 보기가 힘들다"고 올라온 글에 하트 1천200여개가 달렸다. 댓글에는 "이 정도면 인류학자임"('li***'), "사회학 명예박사 정도는 줘야할듯. 이런 관찰력 소중해"('ki***') 등 감탄이 이어진다.

유튜브 이용자 '라***'는 "약자를 풍자하는 게 아니고, 약자만 골라 괴롭히는 사람들 위주로 풍자를 함. 특정인을 따라하면서 조롱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를 강조해서 풍자함. 웃긴데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개그를 해 너무 좋다"고 썼다.

'중년남미새' 영상
[유튜브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중년남미새' 영상
[유튜브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혐오를 유발하고 왜곡된 시선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넷상에서 보여지는 편향된 모습을 가지고 사회 전반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곤란함"(유튜브 이용자 'he***'), "혐오 조장은 우리들 누구에게도 좋지 않아요. 계속 갈라치고 혐오 조장하면 그게 결국 돌고돌아 자신에게 올 수 있어요"(네이버 이용자 '행***'), "재미는 있어도 어느 순간 자기 검열하고 조심스럽게 되고…결국에 모두를 까면 자기 업보로 돌아오게 돼있다"(엑스 이용자 'mu***')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가 하면 "댓글창 초반엔 공감 댓글이 많았는데 어느새 실제 중학생고등학생들부터 현직 선생님들까지 와서 당한 것들 이야기하는 신문고가 된 거 소름이다. 이건 진짜 사회현상이에요"('오***'), "여기 댓글 보면 웃기다 싶다가도 피해자들 너무 많아서 맘이 아픔"('u***) 등에서 알 수 있듯 여러 구도의 사회적 갈등이 댓글창에서 폭발했다. '중년 남미새' 풍자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며 사회적 담론의 장이 형성된 것이다.

개그우먼 이수지 '엄마라는 이름으로'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개그우먼 이수지 '엄마라는 이름으로'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에는 '제이미 맘'이 엄청난 화제 속 유사한 논란을 일으켰다.

개그우먼 이수지는 작년 2월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EP.01 엄마라는 이름으로'에서 강남 학부모 '제이미 맘'을 코믹하게 풍자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제이미 맘'은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만 4세 제이미를 키우는 젊은 전업주부다. 사치품으로 치장한 채 외제차를 몰며 학원 '라이딩'(차로 아이를 학원까지 태워다 주는 행위)을 하느라 바쁘다. 짧은 영어를 섞어 쓰고, "~ 하지 않아요" 말투를 고수하는 그는 제기차기 과외 선생까지 면접 한다.

이에 "지금 보니 우리 패션이나 하는 행동이 딱 제이미 맘 같다며 엄마들과 한참을 웃었다"(네이버 이용자 '웅***'), "이게 진정 고품격 사회풍자 개그다"(유튜브 이용자 'ls***'), "대치동 15년차인데…고증 대박"(유튜브 이용자 'cl***') 등 유쾌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반면 대치 맘이 점점 놀림거리가 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네이버 이용자 'ay***'는 "특정 계층을 욕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인데 대치 맘들이 이상한 사람들인 것마냥 손가락질한다. 대치맘 자녀들한테도 큰 상처가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들 어떻게 하면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살고 있는 건 마찬가진데 그런 고민이 우습게 여겨지는 것 같다"('차***') 등의 반응이 보였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강유미·이수지씨 영상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상위 10% 계급에 들어간다"며 "특히 2030 세대의 경우 강유미씨 캐릭터에게 갈굼 당하는 어린 사원, 이수지씨 캐릭터에게 갑질 당하는 알바생이 될 수도 있으니 이들의 입장에서는 풍자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콘텐츠를 통해 사회적 이득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러한 영상들이 여성들을 일반화해 공격할 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강자를 향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영상이 맞다면 순기능이 나타나도록 만드는 게 (콘텐츠) 창작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김낙수
[유튜브 'JTBCdrama'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김낙수
[유튜브 'JTBCdrama'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캐릭터에 부여된 서사의 구체성 따라 공감 정도 달라져"
작년 10월에는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50대 꼰대 부장'의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기업 부장인 김낙수(류승룡 분)는 사원이 만든 PPT의 내용 대신 폰트의 색깔 등 형식에 집착하고, 부원들과의 소통 대신 오로지 '상무 승진'만 바라보며 일방 통행을 한다.

상사에게는 간이라도 빼줄 듯하면서 후배들에게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

온라인에는 "김부장 드라마 보면서 꼰대력에 PTSD 온다"(스레드 이용자 'ha***'), "지금 부장님은 차마 못 보실 듯"('la***'), "오늘 나의 행동에 김부장 스타일의 꼰대 모습이 보여 깜짝 놀랐다. 나이는 못 속이는 건가. 반성합니다"(네이버 이용자 '까***') 등 '격하게 공감'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조롱이 과하다는 비판을 피하지는 못했다.

엑스에 "꼰대들의 삶 그만 조롱해라. 그 꼰대들이 우리의 아버지였고, 누구보다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an***')는 글이 올라오자, "김부장은 현재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50대 가장이다"('kr***'), "이만큼 어깨에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던 세대는 또 없을 것"('Bl***')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다만 '제이미 맘'·'중년 남미새'와 달리 '김 부장'에 대해서는 혐오 논란이 덜했다.

이에 대해 김성수 평론가는 "'김 부장'은 '제이미 맘'이나 '중년 남미새'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캐릭터"라며 "사회에서 대기업 남성 부장 '김낙수'는 우리가 쉽게 강자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혐오가 아닌 풍자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반 2화 정도까지 '김 부장'의 강자적 모습을 보여주는 데 힘썼지만, 점점 캐릭터의 입체성을 살려 드라마 후반에서는 '김 부장'이 라이벌을 품는 여유까지 갖춘 모습을 보여 줬다"며 "대중이 '김 부장'처럼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다 '김 부장'처럼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전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록 '김 부장'이 강자이자 꼰대 캐릭터지만 결국 과거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중은 '김 부장'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응원하기도 한다"며 "이렇듯 캐릭터에게 부여된 서사의 구체성에 따라 대중이 공감하는 정도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김낙수
[유튜브 'JTBCdrama'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김낙수
[유튜브 'JTBCdrama'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가 '문화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혐오의 배설 창구로 전락하지 않고 발전적 논의의 장이 될 수 있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영상에 사회 비판적 댓글이 달리는 등 콘텐츠를 매개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건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상당한 파급력을 갖는 만큼 이런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가 '문화콘텐츠'로서의 특징을 갖춰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그냥 콘텐츠는 무색무취지만 '문화'가 붙으면 사회를 이상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이정표가 된다"며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패러디 대상이 되는 집단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배경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치 맘'과 같은 현상은 여성이라면 모성애가 강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나타나기도 하고, 사교육에 집착하는 모습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재능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는 암묵적 압력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며 "그런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지 않고 특징적 모습만 보여주면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일반화의 오류'가 심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콘텐츠를 올릴 때 주의 문구를 붙이거나 꼼꼼히 풀어 설명하는 등 콘텐츠가 집단을 폄하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보다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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