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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교포 S(56)씨는 최근 한국 방문에 앞서 검역 신고를 준비했다. 스마트폰으로 질병관리청 Q-CODE(큐코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첫 화면에 네이버를 통해 검역 정보를 입력하라는 대형 안내창이 떴다. 네이버를 거의 쓰지 않지만 접속했다.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개인 통장 번호를 입력하고 ‘네이버 인증서’를 만들라는 안내가 또 나왔다. 꾸역꾸역 인증서를 만들었고, 한국 체류지 주소에 여권번호까지 다 입력했다. 검역 신고하는데 통장 번호가 왜 필요한지, 민감한 개인 정보를 왜 네이버에 제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 S씨는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입국장에서 본 풍경은 낯뜨거웠다. 거의 모든 방한 외국인이 큐코드 이용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결국 외국인 대부분이 검역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건강상태 질문서를 손으로 작성했다. 그들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질병청 큐코드 홈페이지. 네이버 계정이 반드시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디자인돼 있다. 왼쪽 한국어 홈페이지, 오른쪽 영어 홈페이지 똑같다. 사진 큐코드 홈페이지 캡처
질병청 큐코드 홈페이지. 네이버 계정이 반드시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디자인돼 있다. 왼쪽 한국어 홈페이지, 오른쪽 영어 홈페이지 똑같다. 사진 큐코드 홈페이지 캡처



방한 외국인 대부분 큐코드 이용 포기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과 네이버가 지난해 12월 15일 선보인 큐코드(검역정보 사전입력 시스템) 간소화 서비스가 혼선을 빚고 있다. 네이버 계정이 있어야만 검역 신고를 마치고 입국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서다. 큐코드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이용한다. 입국 절차는 한 나라의 첫인상으로 각인되는 만큼 허술한 행정이 ‘관광 한국’ ‘IT 강국’의 이미지까지 깎아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빗발친다. 나아가 개인 정보를 기업에 넘겨줘도 되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질병청이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한 국가는 21개국이다. 이들 국가를 방문했거나 경유한 뒤 한국에 들어오려면 큐코드 혹은 건강상태 질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21개국에는 미국(캘리포니아·워싱턴·뉴멕시코 주), 베트남(호찌민·동나이·따이닌), 중국(광둥·쓰촨 성 등), 인도·중동·아프리카가 포함된다. 동물 인플루엔자 감염증, 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위험 지역으로 지정된 국가들이다.

큐코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질병청이 만들었다. 건강상태 질문서 작성으로 인한 입국장 혼란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입국 전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작성을 마치거나 공항에 착륙한 뒤 QR코드를 스캔해서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최근 개편된 큐코드 홈페이지다. 모바일 페이지에 접속하면 ‘네이버 검역정보 사전입력 바로 가기’ 안내 문구가 화면 한가운데 떠 있다. 질병청은 네이버를 통하지 않고도 기존 방식대로 검역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고 해명한다. 네이버 안내 문구 위에 ‘입국 전 검역정보 입력하기’라고 쓰여 있긴 하다. 우측 상단에 있는 작은 세줄 아이콘을 누르면 ‘입력’ 항목도 나온다. 그러나 네이버 안내 문구가 훨씬 도드라져서 다른 메뉴는 묻혀 보인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인도 혼란을 겪는 이유다. 질병청은 지난해 12월 15일 보도자료에서 ‘네이버를 통한 입국 심사 간소화’를 강조했으나 기존 방식도 이용 가능하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건강 정보 민간기업에 넘겨도 되나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한 외국인들이 검역 통과를 위해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하는 모습. 정부가 입국 절차 간소화를 위해 큐코드를 만들었지만 외국인 대부분은 성가신 절차 때문에 손으로 서류를 작성하고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한 외국인들이 검역 통과를 위해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하는 모습. 정부가 입국 절차 간소화를 위해 큐코드를 만들었지만 외국인 대부분은 성가신 절차 때문에 손으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홈페이지에서 언어를 변경해도 네이버를 이용하라는 화면이 그대로 나온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네이버 인증서를 받으라(Get NAVER Certificate)’고 안내한다. 외국인도 네이버 계정을 만들고 인증서까지 받아야만 한국에 입국할 수 있다는 오해를 줄 만하다.

이에 대해 방한관광 전문 여행사의 A대표는 “네이버는 사실상 한국인만 쓰는 플랫폼 아닌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너무 불친절한 시스템”이라며 “노인 같은 디지털 취약층도 불편이 클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홈페이지 디자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SKT·KT 등 거대 통신사의 해킹 사태를 겪은 뒤 국민은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외국인은 더 불안할 수 있다. 미국 교포 S씨는 “한국에 입국하는데 왜 개인 정보를 민간기업에 제공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개인의 건강 정보, 입출국 기록을 파악하고 결국에 인증서 이용자를 늘리게 돼 네이버만 좋은 일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정부 24’처럼 국민이 많이 쓰는 정부기관 웹사이트는 여러 간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뿐 아니라 카카오나 여러 금융기관 계정 중 선택해서 이용하도록 한다. 반면 질병청 사이트는 네이버 한 업체하고만 제휴한 상태다. 외국인 입국자를 고려했다면 구글·애플 같은 글로벌 플랫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청은 현재 카카오나 다른 업체와 제휴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인 정보를 민간기업에 제공하는 건 검역법에 따라 위탁 협약을 맺어 문제가 없으며 개인의 건강 정보가 아니라 현재 증상만 제공하는 것으로 큐코드 외에는 네이버가 개인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큐코드 홈페이지 디자인의 미진한 점을 파악하고 있다”며 “조만간 홈페이지 이용 편의를 개선하고, 입국장 혼란 문제도 살피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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