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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급 등 예고된 문제에…
전남·전북·경북·충남 등 ‘대안’ 살펴보니
에스케이하이닉스가 반도체 1호 공장을 건설 중인 용인 일반산단의 모습. 에스케이하이닉스 누리집 갈무리
에스케이하이닉스가 반도체 1호 공장을 건설 중인 용인 일반산단의 모습. 에스케이하이닉스 누리집 갈무리


Q. ‘지역 이전’ 논란 불붙은 용인 반도체 산단, 옮긴다면 어디로 갈 수 있나요?

A. 새해 벽두부터 논란이 뜨겁습니다. 현재 경기 용인에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과 ‘현실성 없는 무책임한 흔들기’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단을 지역에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은 꽤 오래 됐습니다. 2019년 에스케이하이닉스(이하 에스케이)가 새로운 반도체 공장 부지를 찾을 때 경북 구미와 충북 청주, 경기 용인 등이 유치 경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구미는 공장 부지를 일정 기간 무상 임대하겠다는 파격적 제안을 했지만, 결과는 경기 용인이었습니다. 당시 경기 용인은 수도권 공장 총량제에 묶여 대규모 공장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산업단지 특별 물량 추가 공급을 결정해 공장 총량제를 무력화하고 에스케이의 공장 건설을 허용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문재인, 경기지사는 이재명이었습니다. 당시 정부가 용인이 아니라, 구미나 청주에 에스케이 공장을 짓도록 유도했다면 지금 상황은 어땠을까요? 이와 관련해 지난 12월10일 이재명 대통령은 ‘인공지능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이렇게 후회 섞인 발언을 했습니다. “저도 (용인 반도체 산단 유치가) 경기도와 관련된 일이라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 ‘내가 왜 그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에스케이 용인 공장의 허용 결정은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 용인 선정’과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로 이어졌습니다.

그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해줬으면 좋겠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서 그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12월26일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용인에 에스케이와 삼성전자가 (…)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이를 받았습니다. 다시 1월1일엔 이 대통령이 “에너지가 풍부한 남부의 반도체 벨트부터 인공지능 실증도시와 재생에너지 집적단지까지, 첨단 산업 발전이 지역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차적으로는 반도체 산단을 용인에 조성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 전기와 물을 끌어와야 하는 문제가 논란의 핵심입니다. 용인이 아닌 다른 지역이라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여러 대안 입지들을 한번 살펴봤습니다.

재생에너지 풍부한 호남?

애초 환경운동가들이 반도체 산단의 이전 대상지로 제안한 곳은 전남이었습니다. 전남은 태양광 발전량이 오랫동안 전국 1위인 지역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에 강점이 있습니다. 전력 생산량 전체로 봐도 2024년 전국 4위, 자급률 2위(213.4%)입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23기가와트(GW)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산단에 유리한 입지 조건입니다. 에스케이와 삼성전자 모두 ‘알이(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특화된 600만평 규모의 산업도시 ‘솔라시도’가 영암과 해남에 조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주요 하천인 영산강의 수량이 부족하고 수질이 좋지 않아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광주에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과 전남대, 나주에 한전 본사와 한국에너지공대가 있어 인재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전북 서남권의 해상 풍력 발전기. 한전 누리집 갈무리
전북 서남권의 해상 풍력 발전기. 한전 누리집 갈무리

전영환 홍익대 교수(전자전기공학)는 “전남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하고 ‘솔라시도’가 만들어져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전남에 반도체 산단을 유치하려면 기존 재생에너지 생산·공급 시설로는 안 되고, 산단용 시설 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흥순 전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전남은 영산강 수질이 좋지 않고 수량도 부족한 문제가 있다. 산단 안에서 물을 재활용하거나 영산강의 수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북, 그중에서도 새만금은 최근 이전 대상지로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전북은 2023년 전체 재생에너지 생산량 전국 1위이고,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도 2위로 강점을 보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이나 전력 자급률은 전체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10위 정도로 낮은 편입니다. 부지는 새만금과 군산, 익산, 김제, 부안 일대에 넓은 평지를 갖고 있어 유리합니다. 물 공급과 관련해선 금강 상류 용담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재도 국립대인 전북대와 군산대, 이웃 전남이나 충남에서 공급할 수 있습니다.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공동대표는 “호남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용인으로 가져가려 할 때 가장 많이 지나는 곳이 전북이라, 송전선로를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다.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비교적 낙후한 전북에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는 “고창과 부안 앞바다에서 해상 풍력 발전이 실증 단계이고, 새만금 일대엔 땅이 많아서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많이 생산할 수 있다. 또 새만금 방조제에 배수갑문을 설치하면서 조력 발전도 계획돼 있다”고 짚었습니다.

반도체 인프라 있는 경북 또는 충남?

경북도 반도체 산단의 이전 대상지로 꼽히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전자와 반도체 산업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구미는 2019년 에스케이 반도체 공장 유치전에서도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현재도 반도체 관련 장비와 부품 생산 기업들이 있습니다. 경북은 재생에너지 생산에서도 2023년 태양광 발전량이 전남과 전북에 이어 3위이고, 풍력 발전량도 강원 다음으로 2위입니다. 핵발전소가 집중돼 있어 2024년 전체 전력 생산량은 충남에 이어 2위이고, 전력 자급률은 228.1%로 1위였습니다. 구미시엔 낙동강 본류가 흐르고 상류엔 안동댐이 있어 물 공급도 유리합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과 경북대가 있어 인재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충남은 수도권과 붙어있고 반도체 관련 시설이 이미 들어서 있어 반도체 공장의 유치에 유리합니다. 현재 삼성전자가 천안과 아산에 반도체 관련 후공정과 디스플레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충남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아 전력이 풍부합니다. 2024년 전력 생산량이 전국 1위이고, 전력 자급률도 207.1%로 3위입니다. 2023년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전북에 이어 전국 2위이고, 태양광 생산량은 4위입니다. 물은 기존 천안과 아산의 공장처럼 금강에서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천안과 공주에 공주대가 있고, 대전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충남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어 인재를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산단에 부족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호남 등 전국에서 용인까지 대규모 송전선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해상 송전선로. 한전 누리집 갈무리
정부는 용인 반도체 산단에 부족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호남 등 전국에서 용인까지 대규모 송전선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해상 송전선로. 한전 누리집 갈무리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남부의 후보지들도 모두 장점이 있지만, 충남 북부의 천안, 아산, 당진 등도 검토할 만하다. 이미 반도체 관련 공장들이 있고, 충남 북부는 재생에너지 생산도 많은 편이다. 수도권과 가깝고 여러 인프라도 좋은 편이어서 남부로 갈 때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균형 발전 효과가 작은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력·물·부지 공급하는 정부의 재검토 필요”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한 계획대로 용인에 반도체 산단을 조성할 경우 당장 에너지 공급 문제부터 현실화할 거라고 내다봅니다. ‘지역 이전’은 멀쩡한 계획을 흔드는 게 아니라 문제 있는 계획을 바로잡는 차원의 주장이라는 것이죠.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현재 짓고 있는 공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최소화한 뒤, 전력과 물, 부지를 공급하는 정부가 주도해 반도체 산단의 입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여성가족재단 앞에서 송전탑건설백지화전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지난 10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여성가족재단 앞에서 송전탑건설백지화전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사실 반도체 산단을 어떻게 조성하느냐는 산업과 에너지뿐 아니라 많은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국은 산업 전환도 해야 하고, 균형 발전도 해야 한다. 지방의 소멸도 막아야 하고, 서울의 과밀도 해소해야 한다. 용인 반도체 산단의 지방 이전은 이런 여러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시도해 볼만한 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전체 10개의 생산라인(팹)을 여러 지역에 분산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용인에는 공장을 2개 정도만 짓고, 나머지 8개를 1차로 호남에, 2차로 영남에 옮기면 좋겠다. 영남 쪽의 후보지로는 울산이나 구미, 산불 피해를 본 경북 북부 등지를 모두 검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단 조성에는 전력과 물, 부지, 인재 말고도 준비할 점이 많다고 조언합니다. 반도체 전문가인 이봉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정주 여건도 중요하다. 반도체 팹(공장)에서 일할 직원과 가족을 위해 신도시를 만들고 거기에 높은 수준의 교육시설을 유치해야 한다. 의료, 문화 시설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용인시 주민들과 함께 용인 반도체 산단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며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오는 1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랍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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