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 인터뷰]
9월 성 비위 및 당내 처리 실태 폭로 후 탈당
"넉 달 가까이 2차 가해 실질적 조치 없었다"
"황현선 발탁은 조국 대표의 분명한 메시지"
"마지막까지 믿었던 조국... 2차 가해 방조"
9월 성 비위 및 당내 처리 실태 폭로 후 탈당
"넉 달 가까이 2차 가해 실질적 조치 없었다"
"황현선 발탁은 조국 대표의 분명한 메시지"
"마지막까지 믿었던 조국... 2차 가해 방조"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가장 가까웠던 이들을 향해 두 차례나 내부 고발을 하게 됐다. 남편과 시매부(이정섭 검사)의 비리를 폭로했던 강 전 대변인은 정치적 동지였던 조국혁신당 사람들에게도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2년 전 내부 고발로 가정이란 울타리가 허물어지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열정과 애정을 바친 당을 등지는 결정은 더욱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폭로가 거듭되며 '부적응자'로 낙인찍힐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성 비위 사건과 불합리한 당내 처리 과정이 어린 당직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되자 더 이상 결단을 미룰 수 없었다.
강 전 대변인이 지난 9월 당내 성 비위와 미온적 대응을 고발하고 탈당을 선언한 이유다. 지도부 총사퇴 후 들어선 '조국 비대위' 1호 조치는 '피해자 2차 가해에 대한 단호한 대처'였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는 게 강 전 대변인의 평가다. 강 전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조국 대표의 반복되는 '돌아오라'는 말에 조 대표 강성 지지층에 좌표가 찍혔다"며 "조 대표는 2차 가해를 방조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해자인 김보협 전 수석대변인이 최근 기소됐지만, 강 전 대변인은 수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계속되는 2차 가해성 주장과 성추행 피해 목격자들의 소극적 진술, 여기에 피해자는 받아 보지 못한 당내 조사 보고서 내용을 가해자는 알고 있는 걸로 보이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강 전 대변인의 마음을 후벼팠다. 그는 "당 내부 정보조차 가해자 쪽으로만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전 대변인은 "당내 성 비위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책임지겠다'며 물러났던 핵심 당직자들은 조 대표 복귀 이후 속속 요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현선 전 사무총장이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서 특히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강 전 대변인은 "조 대표가 피해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며 "2차 가해의 중심에 있었더라도 그런 건 다 묻고 명예를 회복해주겠다는 선언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강 전 대변인이 탈당 후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음은 강 전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조국혁신당 탈당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청년 피해자들도 당을 떠났고 당에서 나를 도와주다 모욕을 받은 어른들도 계셔서 빚진 마음으로 소통하며 지냈다. 그사이 대응해야 할 소송도 늘었다. 최근 이규원 전 사무부총장,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 윤재관 전략기획위원장이 성 비위 사건을 다룬 유튜버 등을 상대로 '모욕·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신원 불상 제보자'도 고소 대상이라 나도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강 전 대변인은 지난해 4월 11일 "김보협 전 수석대변인으로부터 2024년 7월부터 10개월 가까이 성희롱성 발언이나 신체 접촉 등 지속적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당 여성위원회에 신고했다. 지난해 4월 5일엔 신우석 전 부총장이 신입 당직자 채용을 빌미로 면접 대상자인 A씨를 늦은 밤 술집으로 불러내 성희롱과 성추행을 저지르는 사건도 발생했다. A씨도 이 같은 사실을 사건 당일 밤에 당 윤리위원회에 접수했다.
하지만 당의 후속 조치는 지지부진하거나 오히려 부적절한 방식으로 흘러갔다. 김 전 대변인은 신고 접수 후 보름 넘게 지나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직무 배제됐다. 신 전 부총장은 신고 이튿날 오전 피해자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성폭력 대응의 기본인 가·피해자 분리도, 피해자 신원 보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강 전 대변인은 경찰에 김 전 대변인을 고소했고, 검찰은 지난해 12월 11일 강제추행 혐의로 김 전 대변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보협 전 대변인이 얼마 전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내가 공보 메시지에 인용하라고 시(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를 보낸 적이 있는데, 김 전 대변인은 '강미정이 내게 사랑의 시로 애정표현을 했다'고 황당한 주장을 해서 반박하기도 했다. 노래방 성추행을 목격했을 다른 당직자들이 참고인 조사에서 '그런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가 경찰 검증이 진행되니까 '붙어 있었던 건 맞다'고 말을 바꾸고, 나중엔 말을 맞춘 듯 '같이 리듬을 타면서 몸을 잡았다'면서 계속 김 전 대변인 편을 들어서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당에서 외부 로펌에 맡겼던 성추행·성희롱 관련 보고서를 나는 아직도 못 받고 있는데, 가해자가 그 보고서에 포함된 내 진술을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언급한 정황도 있다. 이해가 안 가는 일이 많다."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논란 수습을 자처한 '조국 비대위'의 후속 조치는 어땠나.
"일관되게 요구한 '2차 가해 엄단'은커녕 중단되지도 않았다. 애당초 비대위에는 당장의 2차 가해가 우선 논의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비대위 소통 창구라는 인물을 통해 2차 가해 내용을 PDF로 정리해 전달한 적이 있는데, 정작 나중에 연락이 온 비대위원들은 그게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몰랐다. 조국혁신당은 1인 정당이고, 비대위원들은 병풍이다. 그나마 보여주기 식으로 미래의 피해자들을 지키겠다며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전부인데, 그마저도 현재 피해자들에게 소급 적용은 안 된다. 대변인이었던 사람이 목소리를 내도 이런 식이다. 당헌당규 바꿨다고 앞으로 일반 당직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간 조국 대표가 여러 차례 돌아오라고 했다.
"조 대표가 한동안 SNS에 그 내용을 걸어놓기까지 했다. 조국혁신당이 조 대표 팬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당이다 보니, 어느 순간 '조국이 오랫동안 돌아오라고 하는데 감히 안 오냐'는 정서가 생겼다. 그러면서 좌표가 찍혔다. '극렬 지지자들에게 미움의 대상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1·23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대표로 선출된 조 대표는 앞서 당내 성 비위 처리를 미흡하게 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황현선 전 사무총장을 최근 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발탁했다. 사퇴 3개월 만에 지방선거에서 최고의 실권을 쥐는 요직에 복귀한 셈이다. 함께 사퇴했던 이해민·차규근 당시 최고위원은 현재 사무총장과 지방선거기획단 부단장이 됐고, 윤재관 당시 수석대변인은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황 전 사무총장이 복귀하면서 논란이 컸다.
"조 대표가 황 전 사무총장이 정말 필요했다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실무를 보게 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조 대표는 굳이 황 전 사무총장이 자신 다음으로 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는 걸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피해자들에게 '난 황현선을 다시 데려왔고, 내 해결책은 이거다'라고 분명히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조 대표의 분노의 방향은 왜 물의를 일으켜서 당의 이미지를 망친 가해자들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향하고 있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024년 3월 12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강미정 아나운서 입당 기자회견에서 강 아나운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탈당 전부터 조 대표에게 기대했던 역할이 있을 것 같다.
"처음엔 수감 중인 조 대표가 '환관'들에 둘러싸여 아무리 외쳐도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내가 선택한 사람이 이래서는 안 돼'라는 마음이 있었다. 당 윤리위원장 등 핵심 당직자 3명이 최초 신고를 접수한 강경숙 의원(당시 여성위원장)에게 각각 며칠에 걸쳐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두고 보자는 게 대표의 뜻'이라고 전달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진짜 조 대표의 뜻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면 이후에 깨달았다. 모든 게 조 대표의 뜻이었다는 걸."
-조국혁신당과 조 대표에 요구하는 바가 있나.
"그동안 딱 하나만 얘기했다. '2차 가해를 중단시켜달라.' 그런데 내가 보기에 조 대표는 한 번도 '피해자들에 대한 인신공격 같은 걸 하지 말라'고 명시적인 메시지를 낸 적이 없다. 이건 방조다. 앞으로도 목소리 내기를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