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4일 방중…안보실장 인터뷰
“비핵화 안되면 중국도 이득 안돼
핵 잠수함은 북한 위협 대비 차원”
“비핵화 안되면 중국도 이득 안돼
핵 잠수함은 북한 위협 대비 차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안보실장 접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한반도 비핵화는 모든 주변 국가의 이해가 걸린 문제”라며 “(5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내실있고 실질적인 논의가 있을 것”고 말했다. 위 실장은 한-미 정상이 서로 ‘친구’라고 부르며 인간적 관계를 구축한 것을 새 정부의 외교 성과로 꼽으며, 올해에도 한-미, 한-중, 한-일 관계 등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나흘 앞둔 지난 31일 청와대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반도 지역에서 비핵화가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면, 그 이후의 상황은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중국·러시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오는 4~7일 이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국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다음은 위 실장과 일문일답.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를 비롯해 한-미, 한-중, 한-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일정을 소화하셨다.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지난 8월의 첫 방미,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의 (한-미) 정상 담판이다. ‘이재명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맞겠느냐’는 생각이 고정관념처럼 있고, 관세 폭탄까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회담이 이뤄졌고, 기존의 모든 고정관념을 뒤집는 대반전 드라마가 이뤄졌다. 두 지도자들은 예상을 뛰어 넘고 아주 좋은 인간적 관계를 구축했고, 서로 ‘친구’라고 부르게 됐다. 새 정부 들어와서 큰 전환을 맞이한 순간이었고, (이 합의가) 이후 우리나라 외교의 베이스가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후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양국 간 합의가 어디까지 가능한가.
“중국이 비핵화 얘기를 잘 안 하려고 한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바람직하진 않다고 보지만,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안정성·연속성이 있다고 본다. (이 연속성 위에서) 그동안 진행해온 한반도 평화, 비핵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공동성명에 ‘비핵화’ 문구가 담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나.
“(공동성명에 비핵화 문구가) 명시적으로 나올 것인지는 다른 문제인 거 같지만, 그런 협의를 진행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주변 모든 국가에 공통의 이해가 걸린 문제다. 이 지역에서 비핵화가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면 그 이후의 상황은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긴장이 격화될 것이고, 누구나 안보를 위해 다음 행보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게 중국·러시아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통의 문제의식이라는 게 있다. 내실 있는 논의를 하려고 한다.”
—중국이 지난 29~30일 ‘대만 포위 훈련’을 했다. 한국에도 대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양안 관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언제나 일관되고,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양안에서의 평화, 안정이 중요하다.”
—중국이 대만 관련 구체적 입장을 요구해도 응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그런 문제는 서로에게 자기 입장이 있는 문제라 중국도 이해를 할 것이다.”
—중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북한은 핵무장 잠수함을 추진하고, (핵무기를 탑재해) 발사할 수도 있다. 우리도 대처해야 한다는 걸 설명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선) 핵·미사일 능력의 남북 간 ‘비대칭’은 엄중한 문제를 넘어 사활적 문제다.”
—이 대통령이 ‘중국의 불법 어선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의도인가. 서해 불법 구조물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안다.
“강경하다기 보다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사람들이 대통령을 ‘친중’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대통령은 항상 국익에 따른 실용을 생각하고, (서해 불법 구조물 등에 대한 엄중 대응 방침은) 그 증표 중 하나다. 원칙에 안 맞지 않냐. (불법 어선 문제도) 무력 저항하는 게 상식은 아니다.”
—서해 불법 구조물은 정상 간 타결이 될 수 있다고 보나.
“중국과 협의를 할 때는 정상급 지침이 내려오면 좋겠다. 그렇게 해보려 한다.”
—이번 방중 기간 케이팝 콘서트를 기대했는데 안 됐다. ‘한한령’ 해제가 당장 어렵나.
“이번 방중에 맞춰 공연을 준비하기는 어렵고, (추후) 콘서트를 추진해보려고 한다. 나중엔 할 수 있다. (아울러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공급망, 디지털, 신소재 등에서 협력의 길을 찾으려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경제와 관련한 여러 협력 문서를 마련하고 있다.”
—오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북-미 정상회담의 모멘텀이라고 불린다. 북-미 회담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여러 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간 남았고, 그동안 북한과 미국 관계가 극도의 경색 국면에 있기에 낙관하거나 과도한 기대 가지거나 하진 않는다. 대신 우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엔 등 국제기구나 북한과 상대적으로 덜 적대적인 유럽 중립국, 동남아 국가 등과의 (접촉) 가능성도 동시에 열어두고 있다.”
—대통령이 지난 19일 외교·통일 업무보고에서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여서 통일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해서 이른바 ‘자주파-동맹파 갈등’에서 자주파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자주파니 동맹파니 하는) 그런 분류 자체에 대해 동의가 안 된다. 나는 내가 무슨 파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많은 논의가 있고, 회의도 많이 한다. 중요한 건 어려워도 (외교안보 정책의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고, 더 중요한 건 조율이 되면 조율된 대로 하는 것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이견을 조율하는 게 맞는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안보실 1·2·3차장, 즉 차장급이 회의에 참여하는데 이의를 제기했다. 구성 문제는 정리된 건가.
“그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엔에스시 체제가 태동한 건 김대중 정부 때이고, 차관급이 들어가는 게 관행이었다. (당시) 수석이 차관급이었는데 청와대에서 그걸 조정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청와대 차관은 부처 차관이랑 다르게 보는 것이다. 그건 대통령제의 특징 중 하나다. 지금까지 차관급이 엔에스시에 참여하는 전통은 달라진 적이 없다.”
—미국과의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조치가 중요한데, 후속 협의가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이르면 내년 초 미국 쪽 협상팀이 방한할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 일정이 조율되고 있나.
“1월 첫 주를 넘기고, 답이 올 듯하다. (지난 12월 방미 때 미국 쪽과) 협의했을 때 분위기는 긍정적, 적극적이었다. 미국도 서두르려는 기류가 있는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기뻤다. 미 의회랑 할 얘기가 많은데 올해 미국 중간선거가 있어 쉽지 않은 만큼, 한-미 양국 행정부가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팩트시트에는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해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모호하게 돼 있다.
“핵잠에 대해선 별도로 합의문을 만들어 한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11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는데, 미국이 중국의 압박에 대해 동참을 요구해도 한국의 핵잠이 북한 겨냥이란 건 명백하다는 건가.
“그렇다. (한-미가) 서로의 우선순위가 같지는 않다. 그걸 조정한 게 팩트시트에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한-미 간에 타협을 하는데, 그 결과가 우리 안보를 더 위태롭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가 협의에 임한 입장이다.”
—핵잠은 우리가 건조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나.
“더는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아니다.”
—안보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검토해볼 만한 남북 간 긴장 완화 조치는 뭔가.
“그간 여러 검토를 했고, 안보에 손상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북한이 호응하진 않았으나 남북이 더 적대적으로 되진 않았다. 그걸 성과로 봐야 한다.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지만 함부로 해선 안 된다. 안보에 저해되면 국내에서 논란이 된다. 국민 지지를 못 얻으면 그 정책은 힘이 없다.”
—내년에도 외교가 중요해 보인다. 주로 어떤 데 방점을 두나.
“지난해 이룬 미국과의 관계를 잘 정착시키는 것이다. 일본과 (관계도) 나쁠 거라 예측했지만, (한-일 관계는) 순항하고 계속 발전 중이다. 한-미, 한-일 관계가 안정되고 중국과의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 후속 조치를 통해 이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더 나가면 그것이 주요 7개국(G7)이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과 이어지는 게 우리 외교의 기본 베이스다. 이를 기초로 중국, 러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로 도달하겠다.”
—한-일 ‘셔틀 외교’ 복원한 것은 큰 성과지만, 과거사 우려도 남아있다.
“저희(새 정부) 들어왔을 때 모든 사람이 ‘민주당은 반일이라 한-일 관계는 끝장났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전 일본을 먼저 방문하면서 (한-일 관계가) 안정됐다. 햇빛 좋을 때 곡식 말리더라도 비는 결국 온다. 과거사, 영토 문제 등을 풀어가려면 선순환의 축적이 있어야 한다. (한-일 간에) 과거사를 말할 때도 악순환으로는 가지 않아야 한다, 서로 잘 풀어가야 하지 않냐 이것까지는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