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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한국과 경쟁력 비교
중 집중육성 반도체·자동차·로봇

로봇·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분야는 물론,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도 중국에 따라잡혔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절대 우위를 누리고 있지만,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칩 등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생산 인프라 등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넘어서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4~7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등으로 한-중 관계 회복이 속도를 내는 것에 발맞춰, 달라진 산업 여건을 반영한 협력 관계의 재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산업연구원의 ‘중국제조 2025 주요 산업의 한·중 경쟁력 비교’ 자료를 보면, 한국은 자동차(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차 포함)·로봇·반도체 등 3대 산업 분야 경쟁력에서 대부분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앞서 지난해 9월 전문가 인터뷰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진단한 결과다.

연구원은 중국이 2015년 발표한 중장기 산업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집중 육성한 10대 핵심 산업 가운데 반도체 등 3대 산업 분야를 특정해 해당 산업의 전체 가치사슬(밸류체인)과 기술·가격·품질 경쟁력 등을 구체적으로 비교했다. 국책연구기관이 이처럼 특정 업종을 세분화해 경쟁력 우위를 따져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석 결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종합 경쟁력은 한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반도체 산업의 가치사슬 평가 항목 8개 중 칩 연구·개발(R&D), 완제품 생산, 제품 서비스, 자국 내 수요 등 4개 항목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 반면 한국은 소재·부품·장비 확보 등 공급망과 국외 수요 등에서만 중국 대비 우위였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로 핵심 장비 조달과 자국산 칩의 수출 등에 제약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국만의 강점이 거의 없는 셈이다.

또한 반도체 산업의 세부 분야별 기술·가격·인프라 등 30개 평가 항목 가운데 절반 이상인 19개(63.3%) 항목에서 중국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제조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술력 등을 빼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인프라 분야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인공지능 대형 모델이 경쟁하며 발전했고, 반도체 자주 연구·개발에 새로운 진전이 있었다”며 “중국은 혁신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인공지능 칩을 포함한 반도체 설계 분야에선 기술·가격·인프라 모두 중국이 한국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웨이·캠브리콘 등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칩 자립에 성공하며 이제는 한국이 중국산 첨단 반도체를 사다 써야 할 판이다. 중국 칭화대 반도체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던 이우근 성균관대 교수(반도체융합공학과)는 “중국의 목표는 반도체 수출이 아니라 자국 내수용을 만드는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자국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수만 3500개 이상으로, 전체 팹리스가 150개도 되지 않는 한국에 견줘 자생력과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중국의 로봇·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차 종합 경쟁력(가치사슬 부문)은 한국을 이미 앞지른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개발부터 조달 공급망, 생산과 서비스, 시장 수요 등 모든 단계에서 한국에 견줘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전체 1~7점 중 점수가 중간인 4점보다 높으면 ‘중국 우위’, 낮으면 ‘한국 우위’라고 할 때 자율주행차(5.3점)·로봇·전기차(각 5.0점)·배터리(4.8점) 모두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

산업별 세부 평가 항목을 보면 중국의 기술 약진이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중국은 개발 및 설계, 소재·부품 조달, 완제품 생산 및 사후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고정밀 지도 등의 경쟁력에서도 중국에 크게 못 미쳤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이 로봇 제품 개발·설계 능력을 뺀 전 분야에서 사실상 중국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사를 담당한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연구팀장은 “로봇 산업의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한·중이 경합을 벌이고 있지만, 인프라·가격 등은 중국이 우위이며 자율주행은 중국이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제조 강국인 중국의 기술 생태계와 첨단 시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협력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중 간의 뒤집힌 주력 첨단산업 경쟁력 격차가 앞으로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제조2025’ 전략의 목표치를 90% 이상 달성한 데 이어, 그 후속 격인 ‘중국표준 2035’ 전략을 마련해 8대 신산업, 9대 미래산업 육성 및 정부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 30일 세계 최초로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표준’ 초안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시동을 걸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견줘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전해 ‘꿈의 배터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 없는 까닭에 국제표준도 존재하지 않았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글로벌문화통상학부)는 “중국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쫓아온 까닭에 우리로선 답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그나마 앞선 분야의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며, 중국산의 안보 우려가 있는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중국을 좀 더 똑똑하게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중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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