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엔 쿠팡 관련 단독 보도 전해드립니다.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의 과로 실태를 축소하는 데 김범석 대표가 직접 나섰던 정황, 보도해 드렸는데요.
김 대표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번 쿠팡 청문회에 나왔던 로저스 현 쿠팡 대표, 청문회 당시엔 잘 모른다더니 사건을 축소하려 한 기록이 나왔습니다.
먼저, 김채린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리포트]
2020년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장덕준 씨가 숨진 지 11일 뒤.
쿠팡 법무실이 해럴드 로저스 당시 수석 부사장 등에게 '긴급' 메일을 보냅니다.
노동부가 장 씨 업무에 대한 설명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첨부한 파일을 노동부에 보내도 될지 검토해달라고 합니다.
장 씨가 했던 '택배 출고 지원' 업무의 절차와 방법을 정리한 문서로, 업무 강도를 판단할 기초 자료였습니다.
3시간쯤 뒤, 로저스가 보낸 답장.
"이 업무가 얼마나 수월한지에 관한 주요 사항을 명시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란 걸 더 강조해야 한다"고 지시합니다.
쉬운 일이었다고 강조하란 취지로 해석됩니다.
'열심히 일한 기록을 남기지 말라'던 김범석 대표의 지시와 같은 맥락인데, 김 대표가 장 씨 CCTV 영상 분석을 지시하기 전에 로저스가 먼저 나선 겁니다.
로저스 당시 부사장의 개입은, 장 씨가 하루 5만 보를 걸었다는 유족 측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도 확인됩니다.
쿠팡이 장 씨와 업무가 같은 노동자들에게 만보기를 채우고 일하게 한 결과 하루 2만 보가 찍히자, 로저스는 "여전히 높은 수치"라고 우려합니다.
이어 "5만 보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 영상"을 노동부에 제출하자고 법무실에 제안합니다.
이렇게 깊숙이 개입했던 사건이지만, 최근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해럴드 로저스/쿠팡 대표/지난 17일 청문회 : "지금 화면에 등장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내일(30일) 연석 청문회에선 로저스 대표의 위증 의혹도 쟁점이 될 걸로 보입니다.
쿠팡 측은 "해임된 임원의 왜곡된 주장"이란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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