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전원일치로 파면된 윤석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4월4일 오전 11시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가 담긴 주문을 낭독했다. 12·3 내란사태가 발생한 지 123일 만이다.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된 이후 두달 가까이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이뤄지지 않으며 각종 억측이 쏟아졌지만,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비상계엄 선포 △국회·정당 활동을 금지한 포고령 발령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 △영장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 다섯가지 쟁점 모두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헌재는 밝혔다. ‘남태령 대첩’ ‘키세스 시위대’ 등 광장을 지켰던 시민들은 “주권자가 이겼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광장 반대편에선 ‘윤 어게인’(YOON AGAIN: 다시 윤석열) 구호가 담긴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파면 266일째 되는 12월25일 ‘피고인 윤석열’은 여전히 “12·3 비상계엄은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통합·국가 정상화’ 이재명 정부 출범
6월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49.42%를 득표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를 8.27%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현직 대통령 파면 뒤 치른 선거였던 만큼 제1야당 후보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했으나 득표율 격차가 한자릿수에 그친 것은 그 자체로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정치 양극화가 그만큼 극심하다는 방증이었다. 새 정부 출범 첫날인 6월4일 이재명 대통령이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것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의석수가 166석에 이르는 거대 여당의 입법권력에 의해 정치적 뒷받침을 받는다는 점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통치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근거로 이재명 정부는 임기 초반 강력한 내란 청산 드라이브에 착수했다. ‘통합’과 ‘내란 청산’이라는 길항적 과업을 동시에 완수해야 하는 이 대통령 앞에는 전임자가 망가뜨린 주변국 외교의 복원과 경제 성장 동력 확보, 환율과 물가 안정이라는 만만찮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코스피 4000 돌파·환율 1500원 육박
코스피가 4000 시대를 새로 열었다. 코스피는 2024년 12·3 내란 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과 올해 1월 출범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우려로 4월 한때 2300을 밑돌았다. 그러나 6·3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뒤 급등해 11월 초 4200도 넘어섰다.
소액주주 권리 강화, 배당 확대 유도 등 정책이 상장사 기업 가치를 재평가하게 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도래 전망이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연초 대비 12월19일까지 상승률은 67.6%로, 주요 20개국 대표 지수 중 압도적 1위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에 바짝 다가섰다. 12월19일까지 올해 평균값은 1421.13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1398.88원을 뛰어넘은 사상 최고치다. 미국보다 낮아진 성장률과 금리, 국외 증권 투자 확대로 달러 유출이 많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수출한국 진땀 뺀 관세 줄다리기
2025년은 한국 경제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롤러코스터를 탄 한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한국 산업은 충격에 빠졌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요긴한 조선업 부활을 돕겠다며 ‘마스가(MASGA) 카드’를 앞세워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상호관세율은 일본·유럽연합(EU) 수준인 15%로 방어했지만, 자동차는 25%, 철강·알루미늄는 50%의 고율 관세가 계속 부과됐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한·미 정부가 3500억달러(약 510조원) 대미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한국 자동차 품목관세를 일본과 동일한 15%로 낮춘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를 발표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의 금융 부담과 사용처 선정 등의 숙제가 남아 2026년에도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 본격화
2025년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본격화한 해로 기록됐다.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는 저사양 반도체를 활용해 챗지피티(ChatGPT) 개발사 오픈에이아이(AI)의 추론 모델을 뛰어넘는 성능의 인공지능을 선보이며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미국 중심의 인공지능 질서를 흔든 이른바 ‘딥시크 충격’은 국내로 이어져 “인공지능 산업에 국가 예산 100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 기본 사회를 열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해외 빅테크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버린(자주적) 인공지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 에스케이(SK)텔레콤, 엘지(LG) 에이아이연구원, 업스테이지, 엔씨 에이아이 등 5개 기업은 국가 대표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목표로 지난 8월 정부의 ‘독자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선발전을 통과해 내년 초 1차 평가를 앞두고 있다.
기업 무책임에 탈탈 털린 개인정보
2025년 한해 동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며 정보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지난 4월 에스케이(SK)텔레콤의 홈가입자서버(HSS) 해킹 사고가 드러난 데 이어 9월에는 케이티(KT)에서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악용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와 해킹 정황이 확인돼 정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가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 역시 전체 회원 30%에 해당하는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부정 사용 우려가 제기됐다. 연말에는 쿠팡에서 가입자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충격이 확산됐다. 잇단 사고의 배경에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보보안 투자 소홀과 함께 정부의 미흡한 제재, 정보보호·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의 실효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반복적 침해 사고 기업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신설 등을 포함한 전면적인 제도 개편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 강경책에도 계속된 산재사망
새 정부 출범 이후 중대재해를 포함한 산업재해 방지를 위한 정책 드라이브가 걸렸지만 일터에서의 노동자들의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올해 9월 말까지 누적 산업재해 사망자(재해조사 대상 사업장 기준)는 45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명(3.2%) 늘었다. 정책이 일터에 착근하기까지는 시차가 있기 때문이란 해석을 정부는 내놨다.
재해 예방 등을 위한 정부 움직임은 활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복 사망사고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하는 강도 높은 목소리를 이어갔다. 산재 다발 사업장인 에스피씨(SPC) 공장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불시 현장 점검도 잦았다.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는 중대재해 다발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건설사 등록 말소 처분 등 초강력 제재 방안이 담겼다.
‘케데헌’이 주도한 K컬처의 ‘해피엔딩’
2025년은 케이(K)컬처가 글로벌 대세로 굳어진 해였다. 특히 케이팝의 기세가 등등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에스티(OST) ‘골든’은 빌보드 ‘핫 100’ 통산 8주 1위를 기록했다.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APT.)는 ‘2025 엠티브이(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에 선정됐다.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토니상에서 작품·극본·음악상 등 6관왕 신화를 썼다. 열풍은 케이푸드·케이뷰티로도 확장됐다. 올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13억8176만달러(약 2조4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냉동 김밥도 북미 유통망에 안착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1~9월 화장품 수출액도 85억2000만달러(약 12조5900억원)에 달하며 연간 최대 수출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 파헤친 3대 특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튿날인 지난 6월5일 국회는 ‘3대 특검’ 법안을 통과시켰다. 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막혀 있었던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내란 특검’은 준비기간을 단축해가며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을 앞두고 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재구속했고, 구속 취소로 ‘자유의 몸’이 됐던 윤 전 대통령도 체포 방해 혐의 등으로 재구속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내란 책임자들도 법정에 세웠다. ‘채 상병 특검’은 수사 외압의 정점이 윤 전 대통령임을 확인했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속기소하며 순직의 책임을 물었다.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의 금품 수수 등 매관매직 범죄를 밝혀냈다.
산불·폭우·가뭄…일상 된 기후재난
올해 산불, 폭우, 폭염, 가뭄 등 온갖 기후재난이 끊이지 않았고, 그 앞엔 어김없이 ‘역대급’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3월 평년보다 고온건조한 날씨 속에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27명 사망, 10만4000헥타르 산림 소실 등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기록한 초대형 산불이 났다. 6월부터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어,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역대 가장 더웠던 지난해보다도 0.1도 높은 25.7도를 기록했다. 특히 ‘마른장마’ 탓에 전체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은데도, 충남 서산 등 여러 지역에서 한시간 동안 100㎜ 이상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국지성 극한호우를 겪었다. 반대로 8월 강원 강릉에선 가뭄 때문에 생활용수마저 부족해져 급기야 정부가 ‘재난사태’까지 선포해야 했다. 이상고온과 적은 강수량이 부른 ‘돌발가뭄’이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