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상정
허위·조작 정보에 최대 5배 손배
여 "합헌" vs 야 "표현 자유 위축"
허위·조작 정보에 최대 5배 손배
여 "합헌" vs 야 "표현 자유 위축"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허위조작정보근절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듣고 있다. 민경석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이른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위헌 시비가 여전하다
. 민주당은 전날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었으나, 단순한 허위 정보의 유통마저 금지하는 조항이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 부분을 덜어내 최종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허위·조작 정보의 개념 자체가 불명확해 헌법상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법안 철회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입틀막' 소송이 남발되고, 정부의 심의·검열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지만, 법안 처리를 하루 지연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주권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언론·유튜버 허위조작정보 유통 시 최대 5배 징벌적 손배
①신고 사회?
=개정안의 핵심은 일정 규모 이상 언론사나 유튜버가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중국 선거 개입설' 같은 가짜뉴스 유포자가 정치·경제적 이익을 누리는 걸 막자는 취지다. 민주당은 △허위·조작 정보임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이를 유통해 △실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가중 배상이 적용
된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인 의혹 제기나, 주장 등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야권은 "사회 전반의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허위·조작 정보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날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
어느 정도가 허위여야 허위 정보로 판단하는지 기준이 없어 사소한 오류를 포함한 정보 전반이 허위 정보로 과포섭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일반적 주장이나 의혹 제기도 허위·조작 정보로 몰아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입틀막'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는 것이다. 민주당이 강조하는 고의성·부당성은 배상의 법적 구성 요건이지, 소송 남용 자체를 차단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오픈넷 자문위원 손지원 변호사는 "명확한 진실이라고 밝혀지기 전까지 대부분 정보에는 허위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기에 언론 보도나 유튜브 콘텐츠가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며 "사회적 분쟁이 많아지고, 이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민경석 기자
전략적 봉쇄 소송 방지 특칙에 넣었지만...
②권력 감시 위축 안 될까?=민주당은 개정안으로
권력 감시 보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전략적 봉쇄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특칙을 마련했다
고 항변한다. 언론 보도에 압박을 가할 목적으로 소송을 걸었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본안 심리 없이 조기(60일 이내)에 각하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판결 제도를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야권이나 언론단체 모두 "실효성이 없다"
고 선을 긋는다. '가짜뉴스' 보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재판 청구권을 법원이 제한하기 쉽지 않기 때문
이다. 법원행정처 또한 전략적 봉쇄소송 인정 요건 중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추상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위축되는 건)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 탐사 보도를 하는 기자들"이라며 "권력자에 대한 의혹 보도 하나, 비판적 기사 하나하나가 손해배상 청구와 신고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 단체장들이 10월 27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사회 혼란 야기' 이유로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 배제 못해"
③정부 검열 현실화?
=법 개정 이후 정부의 콘텐츠 심의·검열 기능이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민주당은 당초 원안에 있던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조항은 삭제했다
고 밝혔지만, 방미통위가 기존 단속 규정인 '사회 혼란 야기'를 이유로 개입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당장 윤석열 정부 당시 방심위가 '바이든 날리면' 보도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언론 보도나 각종 콘텐츠에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 전례가 적지 않다. 개정안 통과로 이런 일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요체는 허위 사실을 누가 판단하느냐는 것"이라며 "결국 정부가 판단해 처벌하겠다는 것 아니냐"
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