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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건 쉽지 않았지만, 그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는 힘이 됐습니다.” "
약 8개월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첫 임무를 마치고 지난 9일(현지시간) 지구로 귀환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소속 한국계 우주비행사 조니 김(41)은 19일 NASA 존슨우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정체성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중앙일보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제즈카즈간 인근 외딴 지역에 착륙한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MS-27에서 밖으로 나온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소속 우주비행사 조니 김. EPA=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제즈카즈간 인근 외딴 지역에 착륙한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MS-27에서 밖으로 나온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소속 우주비행사 조니 김. EPA=연합뉴스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라며 정체성이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받았다”며 “많은 1·2세대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두 세계 사이에 끼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게 쉽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empathy)하는 힘을 길러줬고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은 그가 바라보는 국제 협력의 가치로도 이어졌다. 한국우주항공청 출범과 관련해 조니 김은 “매우 자랑스럽고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며 “NASA가 지금까지 주도해온 것처럼 나라들이 함께 협력할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라고 평가했다.

한식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그는 “개인 보급품으로 가져간 음식들이 특히 좋았다”며 “가족과 지인들이 김과 김치, 밥을 싸 줬는데, 정거장 메뉴에는 그런 음식이 전혀 없었다. 그걸 먹으며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았다”고 미소를 띤 채 회상했다. 앞서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추장과 김치, 스팸과 햇반 등 한식을 먹는 모습을 공개해 한국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MS-27이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 도킹한 후, 파란색 우주복을 입은 NASA 우주비행사 조니 김(왼쪽), 로스코스모스 우주비행사 세르게이 리지코프(가운데), 알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MS-27이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 도킹한 후, 파란색 우주복을 입은 NASA 우주비행사 조니 김(왼쪽), 로스코스모스 우주비행사 세르게이 리지코프(가운데), 알렉세이 주브리츠키가 다른 ISS 탐사대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니 김은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한국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2002년 산타모니카 고등학교 졸업 후 미 해군에 입대해 네이비실 제3팀에서 복무하며 이라크 전쟁에도 두 차례 참여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열악한 전장 응급의료 현실을 목도하고 2012년 해군 의학외과국 장교 신분으로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해 2016년 졸업 후 의사로 전향했다. 이후 2017년 NASA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그는 올해 4월부터 약 8개월간 ISS 72·73차 탐사대 비행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과학 연구와 기술 시연에 참여했다.

귀환 소감에 대해서는 지구의 감각을 다시 느끼는 기쁨을 강조했다. 그는 “지구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고, 대부분 중력에 적응했다”며 “다시 날씨를 느낄 수 있고 바람이 피부에 닿는 감각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번 임무 전반에 대해서는 “NASA를 위해, 대중을 위해, 과학과 탐사를 위해 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라고도 했다.

임무 성과로는 생명과학 분야 연구를 꼽았다. 그는 일본 실험 모듈 내 생명과학 글러브박스에서 진행한 ‘메이블(MABEL)’ 실험을 언급하며, 뼈 줄기세포를 배양해 뼈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지를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우주비행사 건강 관리뿐 아니라 지구의 골격·근육 질환 연구에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는 또 “조이스틱과 고급 컨트롤러로 전 세계 여러 센터의 로봇과 상호작용했다”며 “우주에 있는 인간이 행성 표면의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는 연구”라고 소개했다.

NASA 소속 우주비행사 조니 김(맨오른쪽)이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MS-27 발사에 앞서 환송식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NASA 소속 우주비행사 조니 김(맨오른쪽)이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MS-27 발사에 앞서 환송식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NASA 우주비행사 조니 김을 태운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MS-27을 실은 러시아 소유즈 로켓이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NASA 우주비행사 조니 김을 태운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MS-27을 실은 러시아 소유즈 로켓이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주 생활 속 느낀 점에 대해선 “지구에서 쉬운 일이 우주에서는 매우 어렵고, 지구에서 어려운 일이 우주에서는 아주 쉬운 경우가 많다”며 물병을 내려놓는 간단한 행동조차 무중력 환경에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아주 무거운 물체도 손가락 하나로 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 생활 속 가장 그리웠던 건 “가족”이라며 아내와 아이들, 반려견을 언급했다. 동시에 “정말, 정말 그리웠던 것은 기술과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라며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최신 대형 언어 모델, 연구 자료, 기술 매뉴얼을 찾아보는 걸 좋아하는데 우주에서는 제한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휴대폰이 그리웠다”며 웃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후배 우주비행사들을 향한 그의 진심 어린 조언으로 마무리됐다. 조니 김은 “임무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라며 “경청, 리더십, 연민, 공감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주비행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자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그의 과거 발언과 맞닿은 진심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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