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자료에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과 친밀한 포즈로 앉아 있는 사진이 포함됐다. AP=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법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수십만 건에 달하는 엡스타인 수사 문건 공개를 시작했다. 이는 미 연방의회가 지난달 법무부가 보유한 엡스타인 사건 자료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조치다. 자료들은 법이 제정된 후 30일 이내에 공개돼야 했는데, 법무부는 시한이 만료되는 이날 공개를 개시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는 엡스타인과 관련한 여러 수사의 증거와 공화당이 오랫동안 공격해 온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진들이 다수 포함됐다.
공개된 사진들에서 클린턴은 엡스타인의 과거 연인이자 성범죄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과 함께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얼굴이 가려진 한 여성의 허리 쪽에 팔을 두른 채 앉아 있다. 또 한 여성과는 욕조에 함께 들어가 있는 모습도 사진에 담겼다. 이외에도 클린턴이 마이클 잭슨, 믹 재거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있는 모습들도 포착됐다.
법무부는 특히 클린턴의 온수 욕조 사진 중에서 얼굴이 가려진 사람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은 잇따라 소셜미디어(SNS)에 클린턴의 사진을 공유하며 조롱했다. 게이츠 맥개빅 법무부 대변인은 엑스(X)에 "존경하는 민주당 대통령님. (얼굴을 가린) 검은색 상자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된 것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비꼬았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부대변인 등도 비판에 가세했다.
반면에 이날 공개된 자료에서는 엡스타인과 1990년대부터 200년대 초반까지 친밀히 교류했던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이나 문서는 거의 없었다. 클린턴 측은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몰리는 비난 여론을 회피하려고 클린턴을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측 앤젤 우레나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20년도 넘은 흐릿한 사진을 얼마든지 공개할 수는 있겠지만 이 사안은 빌 클린턴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클린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자신들을 보호하려 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 명을 비롯해 여성 다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가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엡스타인에게 정·재계와 문화계 유력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성 접대 리스트가 있다거나 사인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등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드러나기 전인 2000년대 초까지 그와 여러 파티나 행사에 함께 참석했기에 성범죄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자신은 아무 연관성이 없으며 민주당의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