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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광년 거리 포말하우트 주변서 빛나는 점 관측
원시 행성 간 충돌로 발생한 먼지 구름으로 추정
우리 태양계 초기 모습 알려줄 타임머신과도 같아

남쪽물고기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포말하우트(가운데 별) 주변 먼지 벨트의 합성 이미지. 네모 안 사진에는 2012년 촬영된 먼지 구름 cs1과 2023년 촬영된 먼지 구름 cs2가 함께 담겨 있다./NASA, ESA
남쪽물고기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포말하우트(가운데 별) 주변 먼지 벨트의 합성 이미지. 네모 안 사진에는 2012년 촬영된 먼지 구름 cs1과 2023년 촬영된 먼지 구름 cs2가 함께 담겨 있다./NASA, ESA, Paul Kalas(UC Berkeley)

과학자들은 우리 태양계의 초기는 말 그대로 격렬한 혼돈기였다고 본다. 사방에서 소행성과 혜성 또는 원시 행성들이 부딪히고 먼지 구름이 발생했다가 다시 뭉쳐 나중에 행성들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 우주망원경이 태양계 밖 다른 별에서 범퍼카처럼 작은 천체들이 충돌해 잇따라 먼지 구름이 발생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관측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천문학과의 폴 칼라스(Paul Kalas) 교수 연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지구에서 가까운 별인 포말하우트(Fomalhaut) 주변에서 미행성(微行星, planetesimal) 충돌로 갑자기 밝은 점이 나타나는 현상을 관측했다”고 지난 1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미행성은 항성계 초기의 작은 천체로, 이들이 충돌하다가 커져 행성이 됐다고 생각된다. 태양 주위를 긴 타원 궤도로 도는 소행성이나 혜성도 미행성의 잔재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관측한 미행성 충돌은 우리 태양계 초기나 가능한 보기 드문 일인 셈이다. 말하자면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 태양계 초기를 본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포말하우트 별 주위에 먼지 구름 cs2가 생성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상상도. 포말하우트 별이 왼쪽 상단 모서리에 나타나고 오른쪽 하단 모서리에 있는 두 개의 흰 점은 포말하우트 주위를 공전하는 두 개의 거
포말하우트 별 주위에 먼지 구름 cs2가 생성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상상도. 포말하우트 별이 왼쪽 상단 모서리에 나타나고 오른쪽 하단 모서리에 있는 두 개의 흰 점은 포말하우트 주위를 공전하는 두 개의 거대한 천체이다(1). 이 두 천체가 서로 접근하고(2) 충돌한다(3). 그 결과 생성된 먼지 구름 cs2가 나타나고, 별빛이 먼지 입자들을 밀어낸다(4)./NASA, ESA, STScI, Ralf Crawford(STScI)

태양계 초기를 보여주는 타임머신
포말하우트는 가을 남쪽 밤하늘 지평선에서 노르스름하게 보이는 별로, 남쪽물고기자리(Piscis Austrinus)에서 가장 밝다. 지구에서 25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져 있다. 칼라스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08년 사이언스에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포말하우트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2004년과 2005년 관측 결과를 분석한 논문이었다. 이 행성은 ‘포말하우트 b’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관측이 거듭되면서 이 행성을 두고 과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생겼다. 목성보다 큰 행성이라는 과학자가 있는가 하면, 원시 행성들이 충돌하면서 생긴 파편들이 만든 먼지 구름일 수도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UC버클리 연구진은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포말하우트를 다시 관측했다. 칼라스 교수는 “같은 장비였지만 2023년에는 포말하우트 b를 찾지 못했다”며 “더 놀라운 일은 새로운 포말하우트 b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포말하우트 b를 찾던 과학자들은 비슷한 위치에서 빛나는 천체를 또 발견했다. 연구진은 앞서 행성으로 발표한 포말하우트 b를 ‘cs1(circumstellar source 1, 항성 주위 광원 1)’이라는 중립적인 이름으로 바꾸고, 2023년에 새로 찾은 천체는 cs2로 명명했다.

연구진은 “두 천체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명은 지름 약 60㎞의 미행성 둘이 충돌하면서 생긴 먼지 구름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컬럼비아대 천문학과의 데이비드 키핑(David Kipping) 교수도 “이 광원들은 잡음이 많고 불규칙해서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증거는 원시 행성 간 충돌이라는 포괄적 설명에 깔끔하게 부합한다”고 말했다.


별 주변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여
하지만 두 차례의 충돌을 단기간에 포착한 것은 예상 밖이다. 칼라스 교수는 “기존 이론에 따르면 이런 충돌은 10만 년에 한 번이나 그보다 더 드물게 발생해야 하는데 우리는 20년 만에 두 번이나 목격했다”며 “포말하우트가 꼬마전구들로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고 있어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난 3000년을 찍은 영화를 빠른 속도로 돌리면 포말하우트 주변은 미행성 충돌로 계속 불빛이 번쩍거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관측 결과가 맞는다면 포말하우트 같은 비교적 젊은 별 주변에서는 원시 행성 간 충돌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허블 우주망원경과 그보다 더 강력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동시에 이용해 포말하우트 cs2를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칼라스 교수는 “이제 태양계 초기의 격렬한 충돌을 이해하기 위해 이론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고 실제로 목격할 수 있다”며 “추가 관측은 젊은 행성계 전반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우리 태양계의 초기 모습과 그 특징을 파악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u6266

Science(2008), DOI: https://doi.org/10.1126/science.1166609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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