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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옥살이 피해자들과 3년째 '등대장학회'…국가배상금이 종잣돈


(용인=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기대고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더 갖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박준영 변호사
[촬영 최종호]
박준영 변호사
[촬영 최종호]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의 한 건물에 입주한 '등대장학회' 사무실을 찾자 장학회 설립 목표가 적힌 현판이 따스하게 반겼다.

등대장학회는 위기에 처한 어린이, 청소년이 겪는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덜고자 세워진 공익재단법인이다.

재심 사건을 주로 다루는 박준영 변호사가 자신이 변호해 누명을 벗은 여러 사건의 피해자들과 2023년 6월 설립했다.

완주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사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 6억여원이 종잣돈이 됐다.

장학회 이사장은 낙동강 살인사건으로 살인죄 누명을 쓴 채 21년간 복역한 장동익 씨가 맡고 있으며 같은 사건의 또 다른 누명 피해자 최인철 씨,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누명 피해자 윤성여 씨와 박 변호사 등 11명이 이사로 등재돼있다.

박 변호사는 요샛말로 '부캐'(부가 캐릭터)로 활동하게 된 이유를 묻자 "재심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배상금 중 일부를 제게 수임료로 준다고 했는데 그게 액수가 적지 않았고 그 돈을 받으면 '돈 때문에 일했느냐'는 말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저도 재심 사건에 전념하느라 파산 직전에 처했다가 포털사이트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후원금을 받는 등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그 도움을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던 차에 재심 사건 피해자들과 뜻을 모아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장학회는 설립 첫해인 2023년 12월 10명에게 270만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24년 7천여만원, 올해 1억2천여만원 등 지금까지 100여명에게 2억여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박준영 변호사
[촬영 최종호]
박준영 변호사
[촬영 최종호]


장학금 지급 대상은 교사, 교육복지사,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을 통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어린이, 청소년을 추천받아 선정한다.

기억에 남는 장학생이 있는지를 묻자 박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후원 중인 학생 2명의 얘기를 꺼냈다.

박 변호사는 "경상지역의 교사로부터 시설에서 생활하는 학생을 추천받아 만났는데 그 학생은 자신과 같이 시설에서 자란 다른 반 친구도 도와줄 수 없는지를 내게 물었다"며 "그 학생은 친구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할 경우 자신의 몫이 절반으로 줄 수도 있는 것을 알면서 추천한 것으로 나누면 배가 된다는 것을 제가 배웠다"고 말했다.

장학금은 직접 지급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추천자에게 전달해 추천자가 책임지고 집행하는 식을 장학회는 선호한다.

박 변호사는 "추천자는 장학생을 찾는 일에 더해서 장학금이 제대로 쓰이는지를 살피는 일까지 한다"며 "이러한 훌륭한 일을 하는 추천자들이 더 많이 우리 장학회 문을 두드리도록 하는 게 우리의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변호사 업무와 장학회 활동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는지를 묻는 말에는 "때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재심 사건만 10여건이고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선고가 예정된 사건들도 있어서 지금은 변호사 업무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다만, 두 일이 따로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제가 재심 사건을 진행하며 성과를 내보이면 거기서 진정성을 보시고 많은 추천자와 만날 기회가 생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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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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