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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미국 Z세대 사이에서 혼자만의 공간을 찾으려 화장실에 틀어박히는 ‘화장실 캠핑’이 유행 중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이나 직장, 학교 화장실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화장실 캠핑은 단순히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머무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와 과도한 자극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나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화장실에 숨어 있는 것이다. 몇 분에서 많게는 몇 시간씩 화장실에 머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틱톡에는 욕실 바닥이나 욕조에 누운 채 음악을 듣거나 심호흡을 하거나 명상하는 사람들의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담요나 인형을 들고 들어가 꾸미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한 틱톡커는 “과도한 자극을 받을 때 화장실로 도망간다”고 했고 20년째 화장실 캠핑을 이어온 또 다른 이용자는 “화장실에서 몇 시간씩 인생을 곱씹는다”고 밝혔다. 그는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것”이라며 화장실 캠핑이 ‘멘탈 디톡스’ 효과를 준다고 주장했다.
캠핑족들 사이에선 화장실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사회 불안감을 이겨내는 피난처로 여기는 분위기다.
한 캠핑족은 “밤마다 공황 발작이 심했는데 화장실만이 유일한 안전지대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부모님이 싸우거나 아버지가 술에 취하면 욕실로 숨었다”고 털어놨다.
미국 매체 롤링아웃은 “화장실은 문을 닫는 순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공간이 된다”며 “Z세대 사이에서는 무료로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심리 치료소 같은 곳”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동이 정신 건강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미디어 심리학 전문가 신시아 비니는 기고문에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샤워실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며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있는 습관은 정신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