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2년 전 여름,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채상병 순직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사고 당시 군 지휘관들이 안전장구도 없던 대원들을 무리하게 현장에 투입시켰던 사실이 드러났죠.
하지만, 지휘관의 책임을 물은 초동수사결과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내면서, 돌연 경찰 이첩이 보류되고 조사 결과가 바뀌었다는 VIP격노설이 제기돼 왔는데요.
윤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에게서 이를 인정하는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특검에 나온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당시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의 화내는 모습을 봤다며, 그동안 부인해왔던 입장을 뒤집은 건데요.
먼저, 진술 내용을 유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어제 '순직 해병'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VIP 격노설이 시작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했던 핵심 인물로, 질문이 쏟아졌지만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김태효/전 국가안보실 1차장]
"<윤석열 격노 없었다는 주장 그대로입니까?> ..."
그동안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듣고 격노했다는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김태효/당시 안보실 1차장-정진욱/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
"<화를 한 번도 내신 적이 없다고?> 몇 년 동안에 몇 번 봤습니다. 그 회의에서는 화를 안 내셨습니다."
그런데, 어제 특검 조사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고 인정하며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 전 차장은 "회의 막바지에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당시 비서관의 보고를 받고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화내는 것을 봤고, 화낸 건 맞다"고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당시엔 윤 전 대통령이 무엇으로 화냈는지 정확히 몰랐지만 "나중에 문서를 보니 채 해병 관련 보고서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회의 참석자가 윤 전 대통령의 격노설을 인정하는 증언을 내놓은 건 처음입니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새롭게 기억이 났다"며 "격노는 주관적인 감정이지 않느냐"는 취지로 입장 번복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고 전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VIP 격노설을 질문받고 국방부 장관을 질책한 적이 있다고 말을 돌리며 이를 부인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난해 5월)]
"국방장관에게 이렇게 좀 질책을 했습니다.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이런 인명사고가 나게 하느냐…"
핵심 참모의 진술을 확보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때문에 채 상병 순직 사건 이첩이 중단됐는지 본격적으로 실체를 규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은 또 다른 회의 참석자인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불러 당시 상황을 집중 추궁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편집 :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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